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김점례 회장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김점례 회장.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김점례 회장. /강래선 인턴기자

자고 나면 바뀐다는 요지경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지만 옛것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은 세대가 바뀌어도 생각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사라져 가는 거제 전래민요와 놀이를 지키고 보존할 목적으로 정신적 물질적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사람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거제시 전래민요놀이보존회 김점례(61) 회장을 만나기 위해 연초면 아우름센터 연습장을 찾았다.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거제 소리 찾기 공연을 앞두고 회원들과 합을 맞추느라 몸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힘든 내색 없이 연습을 마치고 나온 김 회장의 얼굴엔 미소가 베여 있다.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연습 모습.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연습 모습. /강래선 인턴기자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어린 시절 동네 사물놀이를 통해 풍물놀이를 알았고 타고난 재능으로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풍물패 활동으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졸업 이후 경남 마산에서 직장인으로 평범한 삶을 살다가 천생연분 남편을 만나 거제도로 옮겨온 것이 벌써 40년이 흘렀다. 

모든 것이 생소한 타향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일가친척은 고사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친구를 사귀기는 녹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옛 마전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풍물놀이 취미반 강사였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전문 분야라 자신이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뭔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김점례 회장.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김점례 회장.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 적응하려고 시작한 풍물놀이 강사

그가 풍물놀이를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강의 의뢰가 들어왔고 이를 통해 관련 분야 사람들을 알게 돼 원래의 목적인 친구 사귀기는 성공한 셈이 됐다며 수줍게 말했다.

풍물놀이 강연을 통해 알게 된 거제시 국악협회 김기복 회장으로부터 2010년 '거제 강강술래' 전래민요 놀이를 배워 보존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옛날 고전 놀이 문화가 너무 많은데 이것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적 지원과 시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했으나 어느 것 하나 충족할 수 없는 현실에 한계를 느낀 적도 있었다고 했다.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공연 모습. /김점례 회장 제공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공연 모습. /김점례 회장 제공

그러나 누군가 말했듯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지 못하는 분야에 일반인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어내는 일은 먼저 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책임감으로 전래민요 놀이보존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만들어진 보존회는 현재 50여명 남짓 회원이 등록돼 있으나 고령화로 인해 실제 활동 인원은 30명 정도로 신입 회원 충원이 늘 문제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강강술래 공연에 필요한 인원은 민요 가수 6~8명, 놀이 재연 20~25명, 여기에 무등 타는 아이 2명 등 최소 30명은 있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30~40대 젊은 회원 영입이 관건인데 아직 홍보 부족으로 대다수 50~60대 회원들이 주축이라 공연이 잡히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회원들. /김점례 회장 제공
거제시전래민요놀이보존회 회원들. /김점례 회장 제공

봉사는 잘 살기 위한 원동력

김 회장은 거제시 전래민요 놀이보존회 말고도 거제시 여성회관에서 무료 한글 교실 강사로 10년째 무보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문맹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일이라 선뜻 나서지 못하던 사람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는 사람이 늘어나 지금은 2개 반에 30명이 일주일에 2번 수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글 교실 봉사로 할머니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많이 받았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2명의 사연은 지금도 코끝이 찡해옴을 느끼며 봉사의 매력에 대해 강조했다.

글을 몰라 화장실을 앞에 두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지를 못해 오줌을 지렸다는 사연과 터미널에서 가는 행선지 방향 버스가 정차하는 곳을 찾지 못했는데 이젠 물어보지 않아도 당당하게 찾을 수 있어 너무 좋다는 할머니 말에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정기 공연과 옥포대첩축제 축하공연 등을 할 때마다 북받치는 감정의 카타르시스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묘한 전율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거제 여인들의 번민과 서러움이 집약된 강강술래 놀이를 재연할 때마다 이입되는 감정에 매료돼 없어지지 않도록 잘 보존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는 이유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기에 지금의 무관심이 서운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녀도 사람인지라 놓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기에 끝까지 할 것이라고 밝힌 김점례 회장같은 분이 있기에 거제의 전래민요와 놀이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음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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