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의회 3개월여만에 14건 의원 발의
8대 의회 1년6개월 17건에 맞먹는 수준
실효성 보다 실적 쌓기라는 지적도 나와
기존 조례 중복·타지자체 베끼기 경종 울려야

거제시의회 전경. /사진= 거제신문DB
거제시의회 전경. /사진= 거제신문DB

지난 7월1일 출범한 제9대 거제시의회가 조례 제정에 경쟁이 붙은 모양새다.  

거제시의원 상당수가 의원발의를 통해 경쟁적으로 조례 제정에 나서면서 일부 조례안의 경우 실효성보다는 치적·선심성에 치우친 선언적 조례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지방선거 때 정당공천을 의식한 평가용 조례안 발의라는 시각도 있다. 상당수의 정당이 조례 제정을 공천심사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기존 입법 조례의 경우 집행부와 의회가 필요에 따라 협의를 거쳐 조례안을 만들어 시의회가 의결·제정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이번 9대 시의회의 경우 시의원이 직접 발의한 조례안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형국이다.

제9대 거제시의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난 7월 이후 의원발의 조례안은 총 17건이다. 

2021년 14건·2022년 5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불과 9대 의회 3개월여만에 8대 의회 1년6개월에 맞먹는 의원발의 건수다.

이같이 의원발의 조례안이 급증하는 것은 9대 의회 출범과 함께 새로 충원된 거제시의회 정책지원관의 역할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책지원관을 통해 자료수집이나 조례안 작성이 용이해 일부 시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조례안 준비에 나서면서 정책지원관의 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물론 불합리한 조례안 등으로 집행부의 업무피로도 증가 등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의회는 자치단체의 법령인 조례의 제정기능 등을 담당하는 자치입법기관이다. 그런 만큼 시의원은 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의원 본연의 임무다.

의원발의가 많은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따라서 시의원들도 조례 제정에 힘을 쏟고 있고, 실효성 있는 다양한 조례로 의회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원도 많다. 

그러기에 실효성 있는 유익한 조례 제정은 의원의 평가 기준 중 하나이며 성적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치적·선심성 위주의 무분별한 조례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기존 조례와의 중복 등으로 신규 제정의 당위성이 부족한데도 조례 명칭과 내용을 일부 바꿔 발의하는 등 조례 제정의 사유와 효과보다 조례 제정만을 위한 조례안 발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조례의 일부만 개정해도 필요로 하는 원활한 업무처리가 가능한데도 굳이 다시 유사한 조례를 만들겠다는 의중을 알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객관성과 대중성이 결여된 특정 단체나 특정 집단을 지원하기 위한 선심성 조례안도 발의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당수 조례안이 수반되는 예산문제를 고려하지 않거나 상위법의 근거 부족, 기존 조례와의 중복성, 타 지자체의 기존 조례 답습 등의 이유로 실효성과 정책확산을 위한 조례안 발의라기보다 실적 쌓기용 발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제9대 거제시의회 출범 이후 3개월여 기간 동안 의원발의 조례안은 △거제시 국기게양일 지정 및 국기선양에 관한 조례 △거제시 보육교직원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거제시 이웃분쟁·공공갈등 예방과 관리에 관한 조례 △옥포대첩 기념사업 지원 조례안△거제시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조례 △거제시 공동주택관리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 △거제시 도시재생특별회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등이다.

또 △거제시 섬투어 활성화 지원 조례 △거제시 고령 영세농업인 영농지원 조례 △거제 바다낚시터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거제시 행복교육지구 지원에 관한 조례 △거제시 마이스산업 육성에 관한 조례 △거제시 청소년 생활체육 바우처 지원 조례 △거제시 생존수영교육 지원 조례 △거제시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 조례 △거제시 동물보호 조례 △거제시 돌봄노동자 권리보장 및 처우개선에 관한 조례 등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A씨는 "지방선거 공천때 조례 발의 실적이 반영된다는 말이 있기 때문인지 실적을 겨냥한 의원발의가 많은 것 같다"면서 "조례 제정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당위성과 실효성을 따지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B씨는 "조례가 제정되면 파생되는 단체가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기존 단체가 조례를 시행하는 전담기구가 될 수도 있다. 다르게 보자면 시의원이 이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지원을 늘려주는 셈이다. 특정인이나 특정단체만을 위한 조례는 잘못된 것이고 걸러내야 한다"며 경종을 울렸다.

반면 C씨는 "시의원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자치입법이므로 시의원은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조례 제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실적 쌓기용 발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9대 의회 초반이기 때문에 의정활동에 대한 의욕이 앞서고 시민들의 요구도 많아 경쟁적으로 발의에 나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꼭 필요한 조례는 적극 제정해야 되고, 문제가 되는 조례안은 의회 심의과정에서 걸러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D씨는 "그동안 타 지자체에 이미 있는 조례를 거의 베끼는 수준의 조례도 있었고, 발의하는 의원들이 조례안을 제대로 연구·숙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조례안을 만들고 발의하기 전 관련 단체들과 행정부서 등 시민들에게 공론화를 시키면 예산과 행정력 낭비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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