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영 시인
김무영 시인

한글이 반포된지 486돌을 맞았다. 우리 말이 중국말과 다른데도 중국 글자를 쓰고 있어 불편하므로 우리말에 맞는 새 글자를 세종 임금이 만들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태종의 3남인 세종이 왕위 계승 따윈 생각지도 않고 다양한 학문을 들었고 말과 글에도 관심을 가져 결국 음운학자가 됐다. 세종이 왕이 됐기에 한글이 더 빨리 보급될 수 있었다.

한글은 소리 나는 어떤 음도 표기할 수 있고 자음과 모음이 만나 글을 이루기에 컴퓨터 자판 연결도 자연스럽고 과학적이어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언어다.

거제지역 방언들은 대부분 조선 초기시대 말이 이어져 왔고, 외래어도 이들의 말과 혼합돼 나타나기도 했다. 그 이유는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유배지로 당시 수도에서 생활하던 문관이나 무관들이 거제로 유배 와서 쓰던 말이 통용되거나 토박이말들과 혼용돼 사용됐다.

또 거제지역은 왜구의 침입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그 잔재가 토박이말과 섞여 나타나기도 한다. 어느 것이든 말의 뜻과 이치가 맞는다면 사용해도 괜찮겠지만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면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지배하는 동안 불리어 오던 지명이 한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뜻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운면의 옥림(玉林)마을은 본래 배숲개였다(주림리(舟林里)였음). 하지만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함대가 지세포항에 정박한 모습이 마치 배(함대)가 숲을 이룬 것처럼 많아 보였다는 뜻에서 유래돼 마을이름이 옥림으로 됐다.

소동마을도 마찬가지다. 소 꼴인 소먹이가 많아 소동이라 한 것을 소동(小洞)으로 작은 마을이라는 뜻으로 다르게 표현돼 버렸다. 이밖에도 지명이 잘못 표기된 곳은 동부면의 산촌과 평지마을이다. 여기 두 마을의 지명은 완전히 뒤바꼈다. 즉 산촌이 평지가 되고 평지가 산촌이 된 셈이다. 이곳들 말고도 곳곳에 비슷한 경우들이 산재해 있다.

거제지역 대표 관광지인 병대도는 '병풍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되고 있지만, 한자 음을 잘못 읽어 벌어진 일이다. 본래는 손대도인데 당시 관청이 있었던 거제읍내를 중심으로 남남동쪽(24방)이라는 방향을 나타내는 손(巽)을 표기해 이뤄진 이름인데 손(巽)을 병(竝)으로 잘못 읽어 병대도라 불리게 됐다.

거제지역은 망산이라는 산 지명이 4곳이나 있다. 숭어떼가 나타나거나 재난이 발생해 위급할 때 신호나 연기 등으로 그 사실을 알리는 곳이었다. 거제에서 가장 높은 가라산도 망산이었다. 일운면 예구 뒷산의 망산은 '망산봉수대'가 문화재로 지정돼 고유명사가 되어 지명으로 굳혀졌지만 남부면의 망산은 다포와 여차마을 사이에 있는 천장산의 이름을 가져오는 게 맞을 듯하다.

마을마다 본래의 이름이 있다. 몇해 전 새 주소제도가 나왔을 때 작은 길은 옛 이름을 찾아가는 듯 보였으나 아직도 지금의 이름을 따거나 일제 잔재가 남아있는 말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지명이나 새 주소 이름들은 국토부에서 10년 주기로 건의하는 내용을 받아 수정하고 있다. 이른바 지역 지명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된 이름이다. 거제지역의 일부 지명들이 잘못 사용되고 있는데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명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명위원회와 더불어 거제지역 방언도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다. 본래 거제지역에서 통용되고 있었던 말이나 우리말 이름들을 발굴해서 길로 명명해 도로명주소 이름도 고쳐나가는 등 고유의 지명으로 다듬어 가야 하겠다. 이런 문화를 찾는 일들이 청소년들이 쓰는 속어나 비속어가 난무하는 일을 막는 길로 연결되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한글이 속어 등으로 품위를 잃으면 대한민국 국가도 지역도 함께 그 가치가 떨어지고 경쟁력도 약화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거제의 토속 언어, 그 아름답고 품위 있는 이름들이 표기되어 간판을 수놓는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을까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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