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갑 전 경남도의원
김성갑 전 경남도의원

조선산업은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으로 경상남도 경제비중을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30%를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세계 최대 조선소를 2개나 가지고 있는 거제에서는 경제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조선업 불황은 조선업의 생태계 및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조선업 노동자들의 삶을 뒤흔들었다.

지금 조선소 현장에서는 젊은 인력의 투입을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나마 종사하던 젊은 인력들마저 조선현장을 떠나고 있는 현실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타업종으로, 타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젊은이들이 조선업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선산업의 미래불확실성과 더불어 노동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부족한 저임금 구조 때문이다. 업종 특성상 조선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은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노동의 강도측면이나 위험성을 더하면 임금수준 또한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측면에서 여느 노동자들처럼 주52시간 노동을 해도 먹고 사는 문제가 없는 임금구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작금의 청년들에게 과거 기성세대의 노동형태와 임금구조를 대물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소득수준은 선진국으로 노동의 형태도 많이 변하고 있다. 그에 따른 조선노동자들의 처우와 임금구조의 변화가 절실하다.

지난 30여년 대한민국 산업화 시기의 노동형태와 임금구조는 '시간이 돈이다'라는 의식이 팽배한 시기였다. 필자 역시 잔업과 특근을 반복했다. 시간을 많이 하기 위해 동료간에 경쟁도 치열했다. 그래서 조선소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들이 나돌았고 거제에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웃지 못할 말들이 회자되기도 했다.

이제는 조선노동자도 특잔업(시간외수당)이 아니라 여타 노동자들처럼 적절한 기본임금을 받는 임금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들이 조선현장에서 노동을 하면서 지속가능한 조선산업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삶의 질도 향상돼 젊은 청년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거제로 모여들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모두가 추구하고자 하는 '워라벨(직장을 구할 때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는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이 조선노동자들에게 예외가 돼서는 조선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는 노동시간이 임금의 기준이 아니라 노동의 강도와 형태가 임금 기준이 돼야 한다.

물론 조선노동자들 보다 더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조선업종을 비롯해 노동의 불평등 문제는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임은 틀림없다.

조선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조선노동자들의 임금구조 개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이다. 조선산업의 존폐는 거제시의 목숨과도 같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일본의 조선산업이 무너진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조선소 현장의 고령화는 산업의 위기와 직결된다. 문제해결을 위해서 대안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의 노·사·민·정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산업위기 해소를 노·사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정부나 지자체의 개입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상생형 일자리를 비롯한 특단의 대안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최근 들어 빅3 조선사의 선박수주가 목표치를 상회하며 실적호조를 보이며 다시 한번 조선업 호황이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에다 대우조선 매각문제도 급물살을 타면서 우리 거제지역사회의 기대가 매우 높다. 조선산업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젊은 청년들이 희망을 열어가는 산업으로 재도약하기를 희망한다.

여기에 거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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