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를 졸업한 형님은 강도짓 하는데는 전문가였다. 그의 동생은 미국대학의 경영학석사학위를 가진 MBA출신이지만 강도짓은 신출이었다. 두 사람은 은행을 털어 크게 한탕할 생각으로 연습하고 훈련해 무사히 많은 돈을 자루에 담아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동생은 얼마를 훔쳤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형님, 가져온 돈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봅시다." 형님이 말했다. "바보 같은 놈아, 이 돈을 다 세려면 하룻밤도 모자라. 기다려 봐. 오늘 저녁 9시 뉴스에서 알려줄 테니까." 지식이나 이론보다는 실질적으로 쌓아온 경험이 낫다는 것을 말해주는 예화다.

생떽쥐베리의 명작 '어린왕자'에는 답사하지 않고 이론만을 가진 지리학자가 등장한다. 어린왕자가 묻는다. "직접 보러 가시나요?" "아니, 그러면 일이 너무 복잡해져. 대신 탐험가가 다녀와서 잘 말해 주거든" 이 사람은 직접 가보지도 않고 이야기만 듣고 지도를 작성한다. 실제현장은 모르면서 '책상 위의 지식'에 빠진 사람들의 허구성을 비판한다.

경험(經驗·experience)이란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보는 것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을 말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지리학자와 백두산을 일곱 차례나 답사할 정도로 직접 발로 뛰어 현장을 확인하며 만든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의 차이점은 경험이다. 경험의 개념은 명제적 지식이 아니라 절차적 지식이다. 그래서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을 가진 사람만이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란 특정분야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중국 남조시대 양(梁)나라 문인 심약(沈約)이 말하기를 "밭가는 일은 마땅히 남자종에게 묻고, 베 짜는 일은 마땅히 여자종에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왜 그런가, 그들은 오랫동안 그 일에만 종사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베 짜는 일을 남자종에게 묻고, 밭가는 일을 여자종에게 묻는 일이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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