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나는 12살쯤에 바둑을 알게 되어 열애하듯이 지내온 세월이 50년이 넘었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시간을 보내기에는 만점이다. 특히 이렇게 무더운 시절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수박을 먹으면서 즐겁게 바둑을 둘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아마추어 6단의 실력인데 30대 변호사 시절에 나와 일국을 겨룬 일이 있다. 이재명 의원도 아마 5단 실력이라고 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바둑도 적절히 즐기면 정신과 몸의 건강을 위해서 아주 좋다. 반대로 이에 너무 집착하면 패가망신을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바둑의 기원에 대해서는 기원전 2300년, 중국 요순 임금이 어리석은 이들을 깨우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농경사회였던 고대에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도구로 바둑이 발명됐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도림이 백제의 개로왕과 바둑을 뒀다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백제 문화가 일본에 전파될 때 바둑도 함께 건너갔을 것이다.

서기 200년경 오나라의 장수 손책과 여범이 뒀다는 기보가 전해지고 있다.

삼국지에 보면 관우가 명의 화타에게서 칼로 팔의 뼈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으면서도 태연히 바둑을 두는 장면이 나온다. 명장에 충신 관우가 지금까지 추앙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국내 기보로 가장 오래된 것은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이 일본 망명 시절인 1886년 일본의 본인방 슈에이와 뒀던 6점 접바둑이다.

바둑은 이렇게 5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현대의 컴퓨터, 인터넷과 참으로 잘 어울리는 과학적이고 민주적인 게임이다. 1회 1수의 규칙은 평등의 원칙이고 반상 위 361개의 점 어디든지 착점할 수 있으니 자유의 원칙이다.

'바둑을 잘 두기 위한 10가지 비결' 혹은 '바둑의 십계명'인 위기십결은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도움이 된다.

①부득탐승(不得貪勝). 너무 이기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 탐욕과 집착을 버림은 붓다의 가르침이다. ②입계의완(入計宜緩). 적의 세력권(경계)에는 적당히 천천히 들어가라. 새로운 영역이나 사람을 만날 때는 부드럽게 천천히 해야 할 것이다.

③공피고아(功彼顧我). 적을 공격할 때는 나를 돌아보라. 즉 나의 형편을 먼저 살펴보라. '아생연후에 살타' 내가 먼저 살고 나서 상대를 공격하라.

④기자쟁선(棄子爭先). 돌 몇 점을 희생하더라도 선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⑤사소취대(捨小取大). 눈앞에 작은 이득을 탐내지 말고 대세의 요소를 취하라.

⑥봉위수기(逢危須棄). 위험에 처할 경우에는 모름지기 버려라. 버리면 될 것을 들고 있다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던가. ⑦신물경속(愼勿輕速). 바둑을 경솔하게 빨리 두지 말고 한수 한수를 신중히 생각하라. 말과 행동을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하라.

⑧동수상응(動須相應). 모름지기 기착점들이 서로 연관되게, 호응을 하도록 전개하라. ⑨피강자보(彼强自保). 주위의 적이 강한 경우에는 우선 내 돌을 먼저 보살펴라.

⑩세고취화(勢孤取和). 상대 세력 속에서 고립돼 있는 경우에는 신속히 안정하는 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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