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배 만드는 천해룡 거북선호(주) 대표
역사 속 사라진 배 복원에 '희열'

모형 배 만드는 천해룡 거북선호(주)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모형 배 만드는 천해룡 거북선호(주)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40년 동안 유람선 선장으로 원맨쇼를 펼치며 거제명물 아저씨로 남을 웃기면서 산 인생도 나름 좋았습니다. 그러나 인생 후반전은 오롯이 나를 위해 살겠다는 생각으로 53세에 은퇴하고 시작한 것이 모형 배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장승포 대우병원 정문 옆 '거제도 모형 배를 만든 이'로 유명한 구조라유람선 거북선호(주) 천해룡(66) 대표는 역사 속에서 사라진 배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자신의 이름을 딴 전시관을 만드는 일에 인생 후반을 걸었다고 밝혔다.

그의 작업장에는 금방이라도 바다에 띄우면 움직일 것 같은 중세 유럽의 범선에서부터 타이타닉호·메러디스 빅토리호를 비롯해 거북선과 각종 군함 그리고 피지도 못한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등 80여척의 모형 배가 전시돼 있다.

누구에게도 배운적 없이 독학으로 디테일을 겸비한 모형 배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한한 상상력과 끈기, 여기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눈썰미가 전부"라고 강조했다.

모형 배 만드는 천해룡 거북선호(주)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모형 배 만드는 천해룡 거북선호(주)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모형 배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15년 전 관광차 우연히 방문한 진해 박물관에서 본 모형 범선에 매료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에서 시작, 지금은 국내 최고의 기술을 가진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집중력과 한 번 시작 하면 끝을 보는 집념 그리고 늘 상상하고 연구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바다에 떠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모두 감탄하지만 자신이 생각할 때 그 정도는 아니며 단지 남보다 조금 나은 손기술과 집념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40년 유람선 선장의 인생 후반전

가난한 집안의 3남1녀 셋째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후 13살에 아버지를 따라 유람선 기관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이후 지금까지 각종 배와 어울려 살았다.

학벌은 초라하지만 책을 가까이하고 내가 속한 분야에서는 늘 최고의 장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이 노력한 탓에 거제유람선 명물 선장으로 방송에도 소개되기도 했다.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 손기술이 좋았고 특히 눈썰미가 좋아 한 번 본 것은 그대로 만들어내는 재주도 남달랐다고 한다.

배는 내 인생에서 떼어낼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하는 천 대표는 퇴직 후 취미생활로 시작한 모형 범선 만드는 일이 인생 후반기 나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해룡 대표가 만든 각종 모형 배들.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천해룡 대표가 만든 각종 모형 배들.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는 역사에서 사라진 배를 복원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며 기회가 되면 그동안 제작한 80척의 모형 배들을 한곳에 모아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전시관을 만들고 싶다고 피력했다.

천 대표는 "거제는 타 도시가 갖고 있지 않은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것을 잘 살려 관광에 접목하면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거제·통영의 유명 섬과 관광지를 소개하는 문화 전도사로 일한 경험을 되새겨 보면 그때와 다른 콘텐츠로 관광객이 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거제9경이 달라진 게 없고 여기에 전국 어딜 가도 있는 케이블카와 모노레일도 다른지역과 차별화가 없는데 사람들이 오겠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조선업 호황으로 거제는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어 관광 분야에는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면서 지금이라도 이것 보러 거제는 한번 가봐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대표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모형 배 만드는 천해룡 거북선호(주)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모형 배 만드는 천해룡 거북선호(주)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3D 프린팅과 연계 모형 배 대량 생산

시대가 바뀌어 배 만드는 사람을 배쟁이가 아닌 장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형 배를 만드는 사람은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 하기엔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없고 간혹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공방 운영자들이 기술을 배우러 오긴 하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앞으로 3D프린팅 기술과 접목 대량생산 체계로 바꾸면 사업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꿈꾸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상상한 것을 실제로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 이 분야의 최고가 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고의 전환은 개인도 필요하겠지만 기관이나 정부조직 같은 공조직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금 거제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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