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해녀·해남(海女·海男)의 뿌리를 찾아서 ⑥]
거제 해남·해녀,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
해녀가 꾸준히 늘어나는 곳은 '오직 거제뿐'

우리나라 잠수부와 해녀는 옛 문헌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 기록들을 보면 조선시대 이전까지 해녀뿐만 아니라 해남도 존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거제지역에도 17세기 거제에 유배 온 죽천 김진규(金鎭圭)가 '몰인설'이라는 글을 통해 거제 해남의 해산물 채취 방법과 생활상을 자세히 기록했다. 우리나라 직업 전문 여성의 효시로 불리는 해녀들이 남자들을 밀어내고 바다를 정복한 시기는  대략 17세기 후반부터로 알려졌다.
공납과 부역, 가혹한 세금 등 관의 수탈이 바닷가 백성들에게 부담되자 해남들은 수탈을 피해 육지로 탈출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그 빈자리를 해녀들이 메운 것이다. 그리고 1876년 강화도조약은 제주 해녀를 육지로 진출시켰다. 제주 해녀가 제주도를 벗어나 물질하는 것을 바깥물질이라 하는 데 바깥물질을 하다 다른 지역에 정착한 해녀들을 '출가 해녀'라 불렸다.
거제지역은 1900년대 초반부터 출가 해녀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지금도 120년의 역사를 만든 거제해녀 개척 세대들이다.
이번 기획이 인류 탄생 이래 생존을 위해 생물 채집을 시작했던 오랜 직업인 잠수 채집의 전통의 맥을 보존하고 지역의 특수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잠수기업 종사자에 대한 취재도 함께 한다.
1880년대 초부터 일본의 잠수기 어선 137척이 전복을 200관씩이나 한꺼번에 채취해갈 정도로 잠수기 어업으로 인한 국내 바다의 피해가 심각했다고 전해지지만 이제 잠수기는 해녀보다 찾아보기 힘든 직업이 됐다.
본지는 '머구리'로도 불리는 잠수부가 현재 해남을 대신하고 있는데다 100년 이상 지속된 오랜 작업방식을 가진 직업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거제해녀와 머구리가 낮선 거제 바다에 정착하고 고향으로 만들기까지 120년, 그러나 행정의 지원은 연4회 진료비 지원과 잠수장비 보조금이 전부다. 전국 각지의 해녀·해남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인 이번 기획은 거제 해녀·해남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처럼 인정받는 방법을 찾는 여정이다.    - 편집자 주

거제해녀아카데미는 거제지역 현업 해녀 스스로가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인 곳으로 제주도에 비해 접근이 쉬운 탓에 인근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수강생들이 거제를 찾고 있다. 사진은 거제해녀아카데미 교육 모습.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해녀아카데미는 거제지역 현업 해녀 스스로가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 중인 곳으로 제주도에 비해 접근이 쉬운 탓에 인근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수강생들이 거제를 찾고 있다. 사진은 거제해녀아카데미 교육 모습. /사진= 최대윤 기자

이번 기획은 거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제주출신 해녀·해남을 만나 해녀들이 어떻게 해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지 취재하고 거제해녀·해남의 육성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찾은 강원도 고성 대진항은 머구리 외에도 강원도지역에서 가장 많은 해녀들이 활동하는 지역중 한 곳으로 알려졌다. 대진항의 머구리선단은 최근 5대만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고, 해녀도 겨우 40명 정도만 물질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해녀가 많다는 동해안의 해녀들도 매년 감소하고 있었다. 동해안의 대표 해녀인 포항해녀는 제주도 울산광역시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해녀가 많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포항해녀는 2018년 1129명에서 2022년 940명까지 줄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포항지역 해녀들의 전승에 희망이 있었다. 포항시와 포항수협이 꾸준히 이들의 복지에 대한 정책에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의 해녀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지역은 울릉도의 해녀였다. 울릉도 해녀 대부분은 해방 이후부터 독도 원정물질 이후 가까운 울릉도에 정착하면서부터로 알려졌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독도와 울릉도는 제주도 출신 출향해녀가 100명도 넘게 활동하는 바다였으나 현재 독도의 물질은 금지된 상태다. 울릉도에서 활동하는 해녀는 4명 정도다.

특히 울릉도는 지자체에서 해녀들에게 지원하는 진료비·안전장비 지원 사업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해녀의 메카인 제주도는 각종 해녀 관련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지만 지속적인 지원사업이 빛을 보며 올해의 경우 전년 대비 176명의 새로운 해녀·해남이 생겨났다.

전국의 해녀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해녀가 늘어나는 곳도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지역 나잠업 신고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2018년 38명이었던 나잠업 신고 종사자는 2019년 59명·2020년 101명·2021년 108명 등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거제해녀들은 행정의 지원이 없어 매년 문화재청 공모사업 등으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제27회 바다의 날(5월 31일)을 맞아 거제해녀를 초청해 마련한 해녀문화 체험행사. /사진= 해녀랑 제공
거제해녀들은 행정의 지원이 없어 매년 문화재청 공모사업 등으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제27회 바다의 날(5월 31일)을 맞아 거제해녀를 초청해 마련한 해녀문화 체험행사. /사진= 해녀랑 제공

제주도 외에 해녀학교는 거제가 유일

최근 거제지역 해녀가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2015년 4월 거제해녀협동조합 창립과 해녀와 해녀프로그램 강사를 양성하는 '거제해녀아카데미' 개설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해녀아카데미는 제주도에 이어 처음으로 만든 해녀 양성 전문 교육과정이자 제주를 제외한 지역에 유일하게 세워진 해녀학교로 수강생들의 인기는 제주도보다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섬이지만 비행기를 타는 등 이동이 불편한 제주도에 비해 육로를 통해 접근이 쉬운 탓에 인근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수강생들이 거제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거제해녀아카데미는 행정의 도움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제주도와 달리 거제지역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해녀들 스스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중이어서 앞으로 행정의 지원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 최고의 해녀사관학교로 발전할 전망이 크다.

또 해녀문화예술컴퍼니와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는 해녀아카데미와 함께 해녀문화 체험 기회를 마련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녀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거제는 제주 못지않은 해녀·해남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689년부터 1694년까지 거제도에 유배 온 죽천 김진규(金鎭圭)의 개인 문집에 그 기록이 생생히 남아 있다.

거제지역은 출향해녀의 역사에서도 가장 앞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 해녀들의 출향(바깥물질)은 1900년대 초반으로 알려졌지만 제주해녀의 거제지역 진출에 대한 기록은 1896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거제출신 사학자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1896년 동부면 저구리에서 제주해녀 100여명이 영친황궁에 사례급 혹은 세금으로 구역별 50원을 낸 기록이 있어 출가해녀의 거제 정착시기를 유추해 볼 수 있다"면서 "이 사실은 이후 거제해녀의 실제 효시인 거제한산모곽전조합(동아일보/1928.5.5)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또 "통제영 소관 어장과 모곽전이 어떻게 민간에 이전됐는지 알아보면 거제도에 거주한 초기 해녀들의 역사를 더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해녀 다음가는 거제해녀들의 활발한 활동과 역사성은 충분히 거제를 육지해녀의 메카로 만들 수 있는 자원임에도 거제해녀는 제주도와 같은 지원을 받지도, 포항과 같이 해녀·해남의 육성을 위한 행정의 지원도 없는 상태다.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장은 거제해녀협동조합 회장, 거제해녀아카데미 교장, 해녀랑 대표 등을 맡고 있으며 거제 해녀 콘텐츠 및 거제 해녀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사진= 최대윤 기자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장은 거제해녀협동조합 초대 조합장을 역임한데 이어 거제해녀아카데미 교장, 해녀랑 대표 등을 맡으며 거제 해녀 콘텐츠 및 거제 해녀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사진= 최대윤 기자

거제해녀 콘텐츠 육성, 행정지원 절실

2016년 12월1일 '제주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리고 제주도는 제주해녀도 명맥 잇기를 위한 다양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거제해녀의 지원은 웬만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잠수장비 지원 사업이나 진료비 지원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그러나 거제시의 이러한 지원은 제주지역에서나 꿈꿀 수 있었던 '해녀 전문 양성기관'을 스스로 만들어 출향해녀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는 해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거제해녀 문화를 제주해녀만큼 지역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수년째 거제의 해녀를 전국에 알리고 이끌어온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다.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장과 김순도 해녀문화예술컴퍼니 대표다. 최영희 회장의 경우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장 외에도 거제해녀협동조합 회장·거제해녀아카데미 교장·해녀랑 대표 등을 맡고 있는 등 거제해녀 콘텐츠 및 거제해녀의 권리를 위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김순도 대표는 해녀문화를 단순히 직업이 아닌 문화·예술·공연·체험 등 다양한 경로로 알리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거제지역 해녀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늘 고민하는 두 사람은 조선 해양 관광도시 거제에서 거제만의 '숨비소리'를 만들고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해녀문화와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된 '해녀'는 거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문화콘텐츠라는 생각에서다.

이들은 거제지역 해녀가 더 발전할 수 있음에도 가장 큰 어려움이 해녀 양성과 복지를 위한 보금자리가 없다는 것을 꼽았다.

현재 능포항에 10억원에 가까운 예산으로 나잠 어업인 쉼터가 조성되고 있지만 회의실·휴게실(건강관리실)·판매 및 보관장(수족관 등)·사무실만 있고 해녀를 육성하고 문화콘텐츠를 홍보할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거제해녀들이 거제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해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거제시 행정의 지원이 없어 매년 문화재청 공모사업 등으로 교육을 이어가는 실정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거제지역은 활동도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수협효시공원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도 이들에게 기회는 없었다.

거제 해녀들의 바람은 제주해녀와 같이 거제시가 나서 해녀문화육성 지방자치조례 제정 등 거제해녀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해녀양성을 위한 안전한 바다 교실과 강의실을 지원했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제시 행정도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고 있다. 그동안 시가 해녀들을 위해 기본적인 의료비와 잠수장비 지원만 해왔다면 최근에는 거제해녀를 콘텐츠로 알리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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