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어떤 잘못을 저질러 망신을 당하거나, 바보 같은 말을 내뱉고 나면 부끄럽고 쑥스러워 얼굴을 못 든다. '쪽팔리기' 때문이다. '쪽'은 얼굴이고, '팔리다'는 널리 알려지는 것이다. 허기야 요즘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쪽팔릴 일도 없을지 모른다.

왜 쪽팔리는가?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왜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이때 '체면(體面)'은 '남을 떳떳하게 대하는 얼굴'이고, '부끄러움'은 '양심에 거리끼어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다.

염치를 모르는 인간은 쪽팔릴 일도 없다. 맹자도 인간본성에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있다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다'는 뜻이다. 잘못해 놓고 변명하고 남 탓하는 것은 '몰염치'고,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한 것은 '파렴치'다. 그런데 갈수록 세상은 쪽팔리는 짓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듯 염치없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 관중(管仲)은 나라를 지탱하는 네가지 근본을 '예(禮)의(義)염(廉)치(恥)'에 뒀다. '이중에 하나가 없어지면 기울고, 둘이 없어지면 위태롭고, 셋이 없어지면 엎어지며, 넷이 없어지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조선의 사대부나 양반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덕목이 염치였다. 쪽팔리는 것을 제일 두려워 했다.

쪽에도 등급이 있다. 낯가죽이 두꺼운 건 후안무치(厚顔無恥)'고, 얼굴에 쇠가죽을 덮어쓰면 면장우피(面張牛皮)고, 얼굴에 철판을 깔면 철면피(鐵面皮)다.

TV에 코미디가 없어지고 나니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웃겨준다. 이모(李某)는 이모가 되고, 한국3M을 한아무개라니 얼마나 쪽팔리는 모지리 짓인가? 질의라기보다 술주정처럼 고함만 치니 얼마나 쪽팔리는 망신인가? 보통사람이라도 쪽팔릴 일인데 전 국민적인 우사를 당하고도 당당히 TV에 얼굴을 내미는 저 쪽의 두께는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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