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記號 Sign)'란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합의된 약속이다. 따라서 언어의 기호체계를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이를 불가역성(不可逆性)이라 한다.

하늘을 보고 바다라 우긴다고 하늘이 바다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늘이라는 언어와 실제는 어떤 필연성을 갖는 것도 아니다. 한국사람만 '하늘'이라 하지 미국사람은 'sky(스카이)' 중국사람은 '天(티엔)'이라 한다. 언어는 사물 자체가 아니고 하나의 기호이며 상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어를 통해 문화는 전승되고, 소속집단의 동질성이 확보된다. 그래서 말과 글은 바르고 정확해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이해하기 힘든 암호 같은 언어가 일상화되면서, OECD 국가중 한국은 문맹률이 가장 낮은 1위 국가이면서도 실질 문맹률인 문해력은 최하위다.

외국어의 남용이나 줄임말·신조어는 젊은층의 문화라고 양보하더라도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는 바로 써야 한다. 고용노동부 공식문서에 '지고특(지역고용특별지원)'이 등장하고, 국토부장관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들여 집사기)'이라 말하고, 통일부장관이 북한의 도발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그럴 가능성은 하나도 없다"를 '1도' 없단다.

아주에 있는 거제3·1운동기념탑 취지문이 불과 300자 남짓인데 띄어쓰기 맞춤법 틀린 게 스무 곳이 넘는다. 아이들 보기 부끄럽다. 거제시의 슬로건은 'Blue City GEOJE'다. 그런데 시외버스주차장 앞에는 '블루시티거제'고, 상문동 도로철책에는 '블루씨티거제'다. 영어라서 괜찮다고? 그건 무식한 생각이다. 연초 다공삼거리 안내판에는 '大金山'이고, 거가대로 대금 나들목에는 '大錦山'이다. 중국관광객을 위한다면 '錦'자도 간체로 써야지 번체로 쓰면 모른다.

'심원사'로 북병산에 올라가면 정상 무렵의 표시판에 '신원사'는 또 뭔가? 틀려도 무감각한 행정도 문제지만 우리말에 대한 시민의식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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