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를 입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모양의 팬티는 19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 전에는 팬티라는 개념이 없었다. 일본의 전통의상인 기모노만 해도 팬티를 입지 않았다. 그러다가 빌딩 화재사건 때 기모노를 입은 여성만 불에 타 죽은 일이 생겼다. 높은 데서 뛰어내리면 옷이 날려 아랫도리가 훤히 드러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 후로 속옷을 입게 되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우리나라 여자한복의 치마 맨 안에 다리속곳을 입었다. 다리속곳은 앞에서 보면 T자 모양으로 어린아이의 기저귀처럼 채우고 위에는 끈을 달아 묶었다. 이를 두고 팬티라고 하지만 팬티의 기능과는 좀 다르다. 본래 여자들이 달거리 때 월경포인 개짐을 고정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각팬티는 1951년, 50대 중반이었던 일본 사쿠라이 여사가 특허출원한 발명품이니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그 당시 일본남자들은 긴 반바지 형태의 사루마다(さるまた)를 입었다. 할머니가 보기에 손자가 입고 있는 사루마다가 너무 불편해 보였다. 마침 데드론 천으로 된 자루가 있어 다리가 들어갈 수 있는 구멍만 내고 허리는 고무줄로 꿰매서 만들어 입힌 것이 삼각팬티의 시초였다.

일본의 이름난 의류회사가 대량생산을 하면서 거액의 로열티로 부자가 되었다. 1960년대에는 전 세계가 남녀 할 것 없이 삼각팬티만 입을 정도였다. 80년대 우리나라는 흰색 삼각팬티가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촌스러움의 대명사가 됐다.

남성용 삼각팬티는 고환이 열을 받아 정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사각팬티(Trunk)에 밀려났다. 사각팬티는 통풍은 잘 되지만 아저씨스럽다는 이유로 젊은층이 기피하자 삼각보다는 덜 조이고 사각보다는 덜 감기는 드로어즈(Drawers)팬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팬티라고 하면 남녀 두루 쓰이는 용어지만, 영어권 나라에서는 '팬티'라고 하면 여성용 속옷만 지칭한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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