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신화의 창조신이 반고(盤古)라면 우리나라는 마고할미가 있다. 공통점은 여신이다. 인류역사는 모계사회가 먼저 형성되었다는 반증이다. 마고할미는 아무리 높은 산도 발아래 있고, 아무리 깊은 바다도 정강이에 찰 정도의 거인신이다. 어떤 설화에는 동해와 서해를 두 발로 딛고 서서 손으로 땅을 쭉 훑으니 한반도가 생겨났다고 했다.

마고는 이름이고 할미는 존칭이다. 마고(麻姑)는 '삼베여인'이란 뜻이다. 왜 하필 삼베인가. 아득한 옛날 뽕나무가 재배되기 전에는 삼(麻)이 중요한 의생활의 수단이었고, 그때 사람들은 마포로 된 질긴 섬유로 옷을 지어 입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할미는 할머니가 아니라 '한(큰)+어미' 즉 '대모(大母)'란 뜻이다. 마고할미는 설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다. 그런 설화가 거제에도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의종이 폐위돼 거제도로 왔을 때 중국 천태산에 사는 마고할미가 괭이바다 돌을 치마에 담아와 하룻밤에 쌓은 성이 둔덕기성 일명 폐왕성이다. 남은 돌을 우두봉 골짜기에 버렸는데 지금도 너덜로 남아 있다. 성을 쌓은 뒤 아침에 오줌을 누었는데 오줌발이 땅을 뚫고 괭이바다까지 이어져 성안에 우물이 생겼다. 우물에서 명주실 꾸러미를 풀어 넣으면 괭이바다에서 나왔다고 한다. 마고할미의 오줌이 아직도 다 마르지 않아 둔덕 거림리 일대는 수원이 풍부하다.

마고할미의 특징은 '거대한 몸집'과 '세찬 오줌발'이다. 거대한 몸집은 대지를 창조하는 노동과 관련이 있다면 세찬 오줌발은 강한 생식력을 의미한다. 도교에서는 마고할미가 산파의 여신인 삼신(三神)할미가 된다.

마고할미의 전설은 거제의 문화적 자산이다. 우두봉이 보이는 곳에 마고할미상을 세우면 색다른 볼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함양 마천면에 세운 색시 닮은 마고할미상 말고 석기시대 숭배되었던 가슴과 엉덩이가 큰 오줌발 센 여인이면 더욱 좋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