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시간이 바뀌어 2022년 이라는 새해를 맞았지만 환경이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나 새해 깨끗한 도화지를 또 주셨으니 묵은 날의 실패를 뒤로하고 모든 일들이 잘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새 날을 맞았다.

새 날의 문턱에서 이어령의 소원시를 몇 번 읽으며 가슴 뭉클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이 때에 많은 사람들이 소원시를 함께 읽고 다시 도약 할 수 있는 희망을 품게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었다.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 할 수는 없습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평화)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 들린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간절히 소원하는 이 내용이 어쩌면 소리없는 백성들의 심정도 똑같은 마음이 아닐까? 어쩌면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동일시되는 마음으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다 이 대목에서 온 몸으로 전율을 느낀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그렇다. 생각해보면 의미 없는 고난은 없다. 누에고치에서 나방이 나올 때 쉽게 나오도록 칼로 누에고치를 찢어주면 나방은 쉽게 나오지만 날지 못하고 얼마 있지 않아 죽어버린다. 스스로 죽을 힘을 다해 누에고치를 뚫고 나와야 그때 강화된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문제라는 누에고치, 질병이라는 누에고치, 고난이라고 하는 누에고치 속에 갇혀 있을 때 필사적으로 날개 짓을 해야 될 것이다. 둥지를 떠난 어린 새들이나, 고치를 빠져 나온 나방들은 필사적으로 날개 짓을 한다. 그들의 날개 짓은 장난이나 놀이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오늘날 우리의 문제는 무기력증에 빠져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둥지에서 무슨 날개 짓을 하겠는가? 등 따숩고 배부른데 어떻게 죽을힘을 다해 날개 짓을 하겠는가? 가만히 있는 것이 대책이 아니다. 필사적인 날개 짓이 약이며 답이다. 자력으로 죽을힘을 다해 몸부림, 발버둥, 필사의 날개 짓을 해서 창공을 뚫고 올라 날으라는 뜻이다.

이미 지난해야 어찌되었던 지금 시작되는 새 날들은 얼룩지지 않았으니 이번만은 멋진 걸작을 그려보자. 나 또한 희망의 마음을 품고 소원시에 응답하는 기도를 한다.

‘자비로우신 하나님! 당신의 사랑의 눈을 주셔서 역사와 인간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시고 신뢰와 소망으로 보게 하소서. 당신의 자비로운 귀를 주셔서 이웃의 아픔의 소리를 듣게 하시고 고통의 신음소리를 듣게 하소서.

그리고 희망을 속삭이며 사랑을 전하게 하소서. 이제 미지의 날들을 향해 출발합니다. 폭풍의 밤에도 한 가닥 빛을 던져 주실 것을 믿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그것을 이길 만한 힘을 주실 것을 확신하오며 담대하게 출발하겠나이다’

날개 짓은 낭떨어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다시금 도전하는 실력의 날개 짓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낼 수 있는 자원이 된다. 금년 한 해를 살아가면서 어려울 때 위로가 되고 서로서로 힘이 되어 빛나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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