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장수라 할지라도 군율을 어겼을 때 책임을 묻는 것이 '읍참마속'이라면, 잘못을 저질렀지만 포용하면서 안아주는 것은 '절영지회'이다.

춘추오패의 하나였던 초장왕(楚莊王)이 반란을 진압한 후 공신들을 불러 누대에서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에는 왕의 애첩도 함께 했다. 늦은 밤 갑자기 바람이 불어 촛불이 다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한 장수가 애첩의 몸에 손을 댔다. 애첩은 재빨리 그 사람의 갓끈을 확 당겨 끊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왕에게 일러바쳤다. 그때 왕이 말했다.

"왕명이다. 불을 켜기 전에 모두 자기 갓끈을 끊어버려라. 오늘은 마음껏 취해보자."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칠 일인데도 없었던 일로 마무리됐다.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에 나오는 '절영지회'로 '갓끈을 끊고 술을 마신다'는 뜻이다.

3년 후, 오(吳)나라와의 전쟁에서 초장왕이 위기에 빠졌다. 그때 한 장수가 죽음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싸워 왕을 구해 주었다. 왕은 "너는 나를 위해 큰일을 했구나." 그러자 장수는 "몇년 전 절영지회 때 제가 범인이었습니다. 그때 왕께서 제 목을 베지 않은 은혜를 보답할 날만 기다렸습니다." 이 부분은 중국 한나라 때 유향이 편찬한 중국의 교훈 설화집 '설원(說苑)'에 나온다.

관도대전은 원소의 11만 대군과 조조의 1만 군대의 싸움이었다.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조조가 승리한다. 전쟁중 부하들 중에는 원소와 내통하며 목숨을 선처했던 편지들이 발견된다. 배반이며 반역이다. 마땅히 목을 베어 죽일 일이지만 조조는 그 편지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린다. 그리고 말한다. "원소의 세력이 참으로 강해서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위씨춘추'의 기록이다.

크든 작든 어떤 조직의 리더는 거기에 합당한 그릇의 크기가 되어야 한다. 시시비비에 대해 사심 없이 엄중해야할 때와 조건 없이 다독이며 안고가야 할 때를 아는 것이 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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