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왕실의 세력이 약해지자 제후들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이때를 일컬어 춘추시대라고 하는데, 그중 강력한 다섯 나라를 춘추오패(春秋五霸)라 한다. 제나라의 환공, 진나라의 문공, 초나라의 장왕, 오나라의 합려, 월나라의 구천을 가리킨다.

오(吳)나라와 월(越)나라는 국경을 마주하는 가까운 나라였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는 앙숙이었다. 오나라 합려는 월나라 구천과의 싸움에서 전사했다. 아들 부차는 원수를 갚을 때까지 거친 섶나무에서 자면서 이를 갈았다. 와신(臥薪)이란 바로 섶나무 위에서 잔다는 뜻이다.

상황은 바뀌어 이번에는 월나라 구천이 오나라 부차에게 패하여 아내를 부차의 첩으로 주고 부차의 똥을 맛보는 치욕을 당했다. 3년 뒤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원수를 갚을 때까지 짐승의 쓸개를 핥으며 복수를 다졌다. 상담(嘗膽)은 쓸개를 맛본다는 뜻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여기서 생긴 말이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철천지원수처럼 미워하지만 같은 배를 타고 건너가다가 풍랑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함께 하듯 협력한다고 했다.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출전이다. 오와 월나라 사람은 같은 배를 탈 수 있어도 도저히 같이 공존할 수 없는 관계는 고양이와 쥐의 관계다. 당나라 고종의 왕후 양고가 측천무후(則天武后)에게 죽게 됐다. 형장에 끌려 나온 양고가 "내가 죽으면 고양이가 될 것이고 네가 죽으면 쥐가 될 것이다. 그때 나는 네를 물어뜯어 죽이리라" 했다. 무후는 이 말을 듣고 궁안에 고양이를 기르지 못하게 했다.

'묘서동처'는 중국 당나라 역사책인 구당서에 처음 등장하는 말로, '고양이(猫)와 쥐(鼠)가 한 곳에 있다(同處)'는 뜻이다.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꼬집는 말이다. 2021년을 보내면서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이런 어둡고 칙칙한 한마디로 한 해를 마감해야하는 우리들의 마음은 우울하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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