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눈'은 서부영화 걸작 10편중에 1위를 차지한 명작으로 지금부터 약 70년 전인 1952년에 만들어진 흑백 서부영화의 고전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백악관에서만 17번을 보았다는 영화다.

영어로 'noon'이라 하면 낮12시를 중심으로 그 언저리 시간까지 다 허용되지만 'High noon'은 정확한 낮12시를 가리킨다. 따라서 영화의 제목 속에는 정오(正午)라는 뜻과 결정적인 순간(절정)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서부의 어느 마을, 보안관 임기를 마친 케인(게리 쿠퍼)은 에미(그레이스 켈리)와 막 결혼식을 올리고 마을을 떠나려는 참이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케인이 체포해 감옥에 보낸 밀러라는 악당이 풀려나 부하들과 함께 복수하러 찾아오는 열차가 역에 도착하는 시각이 바로 '하이 눈'이다.

케리는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와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그동안 정의를 외치던 판사와 같은 사람들은 정작 정의 앞에서는 등을 돌리고, 누구보다 케인과 가깝다고 스스로 말하던 사람들조차도 외면한다. 사람들이란 늘 입으로만 정의를 찾고, 자기가 필요할 때만 친근할 뿐이다. 어쩌면 용기 없는 이 시대의 침묵하는 예술인이나 언론인, 지식인들을 에둘러 비판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케인은 혼자서 악당들을 맞게 된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결투를 앞두고 고뇌를 하며 유서까지 작성한다. 우리는 늘 혼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정적인 순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은 자신의 몫임을 영화는 시사한다.

케인이 악당을 물리치자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환호를 하며 나타난다. 케인은 보안관 배지를 땅바닥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자신을 버렸던 비겁한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한 채 포장마차를 타고 에미와 마을을 떠난다. 바로 엊그제 TV의 영화전문 채널에서 'High noon'을 방영했다. 벌써 다섯 번 정도는 본 영화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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