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풍 거제시의회 의원
전기풍 거제시의회 의원

주민주권을 강화하는 지방자치법이 32년만에 전부 개정됐다. 자치분권을 향한 주민들의 열망이 법률 개정에 크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2021년도 거제시 재정자립도는 21.2%로 낮아졌다. 조선산업 경기가 좋았던 10여년 전의 46% 수준에 비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방재정을 늘려나갈 경제 활성화 측면이 부족한 현실 때문이다. 

자치분권에서 가장 관심분야는 단연 재정분권일 것이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2018년 밝힌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의하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대2 구조에서 점차 6대4로 지방세 비중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그뿐이다. 지방세 비율은 조금 개선되었지만 재정분권 실현이라 칭하기엔 부끄럽다. 지방재정에서 사회복지예산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보편적 복지실현이라는 대명제와 정치적 포퓰리즘이 더해져 상승곡선이 꺾이지 않을 태세다.

특히 복지예산 관련 보조사업이 늘어나면서 재정의존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가령 재정자립도가 10% 이하일 경우 지방소멸 위기에 놓이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지방세수 늘리기에 주력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방재정 고민이 많던 시기에 자치분권의 획기적 제도가 실현됐다. 지방재정 확충의 변곡점이 되는 그토록 여망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이 여야 국회의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나와 인연이 있는 고향을 비롯한 타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혜택을 준다. 덤으로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로 받는 이중혜택 구조다. 그런 연유로 논쟁이 많았던 법률이기도 하다.

제20대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이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됐었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지방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로서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기부금법은 지방재정을 확대해 나갈 기부금 모집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고향사랑 기부제가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요소다. 

지방소멸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와 서울왕국이라 불리는 수도권 위주 정책에서 비롯된 결과다. 고향사랑 기부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여러 재원이 확충되고, 지역특산물 판매를 촉진하여 농어촌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셈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개인이 내는 10만원은 전액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최고 500만원까지 가능하다. 국민의 의무인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처음 도입된 제도를 손쉽게 홍보할 방법도 필요하다. 지역사회단체장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 자세도 중요 요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방재정 확충으로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의무적으로 부과된 세금이 아니다. 그렇다고 특정인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필자의 관점에서 기부는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가진 잉여금품을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하게 하는 것만이 기부의 전부는 아니다. 이를 명확히 홍보할 필요가 느껴진다. 고향사랑 기부는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세액공제와 지역특산물이 주어진다. 그런 면에서 기부에 대한 동기부여는 중요한 요소다. 기부금품을 늘리기 위해 억지강요를 하거나 허가관청에 잘 보여야 하는 동기로 기부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도덕성 문제뿐만 아니라 부정청탁의 고리에 묶여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낙인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고향사랑 기부의 동기부여가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주민복리사업·농어촌진흥·생활환경개선·재난복구 등에 사용한다면 누구나 공감하는 재원이기에 만족감을 느끼는 동기요인이 된다. 거제시는 다양한 장점을 지닌 고향사랑기부 정책을 지방재정 확충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2023년 시행까지 철저한 로드맵을 통해 선도적 발걸음이 필요해 보인다. 정책 실행에 여러 기능이 포함된 만큼 신설 조직체 구상과 지역특산물 판매에 필요한 농어촌 경영인단체 및 농수축협과의 협약 등으로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역사에 기록될 첫 번째 거제시 고향사랑기부왕은 누가 될 것인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고향사랑의 취지에 맞는 기부문화는 곧 정착될 것이다. 2023년 1월1일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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