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이런 노래를 불렀다. '뽕나무가 방귀를 '뽕' 옆에 있던 대나무가 '대끼 놈!' 참나무가 '참아라'…' 그래서 뽕나무는 방귀대장, 대나무는 욕쟁이, 참나무는 어른나무라고 여겼다. 그런데 식물도감을 다 뒤져도 참나무는 없다. 참나무는 상수리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굴참나무 등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종류의 통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수종으로 참(眞)자가 붙어 진짜나무로 여겼다.

'들국화'는 동요뿐 아니라 시나 수필·영화의 제목이 되고, 가수이름도 되고 술 이름에도 들국화가 있다. 그만큼 모두가 좋아하는 꽃 중에 하나가 들국화이다. 그런데 '들국화'란 꽃은 없다. 쑥부쟁이·구절초·벌개미취·감국·산국 등을 아우르는 말로 글자 그대로 '들에 피는 국화' 모두를 말한다.

가을은 들국화의 계절이다. 이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쑥부쟁이와 구절초다. 안도현은 시 '무식한 놈'에서 이렇게 말한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무식한 놈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구절초와 쑥부쟁이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겠다. 쉽게 알 수 있는 게 꽃 색깔이다. 구절초는 흰꽃이고, 쑥부쟁이는 연한 보라색이다. 이것만 기억해 두면 '무식한 놈'은 면할 수 있다. 쑥부쟁이하고 가장 닮은 것이 벌개미취다. 꽃과 잎의 모양, 색깔 등이 너무 비슷해서 '고려쑥부쟁이'라 부른다. 두 꽃을 같이 놓고 비교하지 않는 한 구별이 어렵다. 그러나 벌개미취는 6월부터 일찍 피는 꽃이라 구절초나 쑥부쟁이 꽃이 피는 지금은 거의 없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주로 산 주변에 피는 산국과 감국은 노란색 꽃이다. 꽃크기가 다른데 100원짜리 동전을 대보아 그보다 꽃이 작으면 산국이고, 그보다 크면 감국이라고 여기면 된다. 꽃차·꽃술을 담는 들국화다. 햇살이 쑥부쟁이와 구절초 꽃잎에 얹히면서 가을이 몸을 푼다. 들국화가 지면 가을도 떠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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