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지난 7월 장마로 남부지방에 500㎜의 물폭탄이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반도의 아따미시 역시 발생한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충격을 줬다. 중국 쓰촨성에서는 수해로 72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미국·유럽 등은 매년 기록적인 폭염과 이로 인한 가뭄·산불 등으로 인명 피해와 작물 생산량 감소, 산림·생태계 소실 등 피해가 극심하다.

올해 미 서부에선 6월 기준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지역이 속출했다. 지난해 대서양에는 역대 가장 많은 30개의 허리케인이 발생해 미국과 중앙아메리카를 휩쓸었고, 중국·인도에선 수개월간 이어진 폭우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지구촌 곳곳에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서양 해류의 변화를 분석한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피터 드메노칼 소장(미 컬럼비아대 교수)은 뉴욕타임스에 "지구온난화로 빠르게 녹고 있는 북극 빙하가 대서양의 해류 순환시스템을 바꾸고, 이로 인해 곳곳에 기후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10여년 전부터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해류에 이상조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양학자들은 분석한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은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면서 수만년 안정적으로 이어온 해류 순환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해류 순환이 느려지면 남쪽바다의 열이 북쪽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돼 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은 가뭄이 심해지고, 대서양엔 허리케인이 증가하는 등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우려다.

지난 6월15일 미국 항공우주국과 해양대기청(NOAA)은 "2019년 지구의 태양에너지 흡수율이 2005년보다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위성·해양 관측기구 등으로 지구의 태양열 흡수 및 우주로의 방출량 등을 측정한 결과 지구표면에 흡수되는 태양열이 14년만에 곱절이 됐다는 것이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알래스카·히말라야 등지 빙하도 각각 매년 평균 1510억톤에서 4000억톤씩 감소하고 있다고 NASA는 밝혔다. 전 세계 해수면은 1993년 이후 28년간 평균9.8㎝ 상승했다.

최근 잇따라 열린 글로벌 정상모임을 관통한 키워드는 '탄소제로'였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기온 상승폭을 1.5도 아래로 묶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구기온이 2도 상승하게 되면 예측은 훨씬 파괴적이다. 해수면 높이가 0.3~0.93m 상승하고, 중위도 지역의 연중 최고 기온은 4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지구 육지면적의 약 13%는 현재와는 다른 유형의 생태계로 바뀌게 되며, 식물의 16%·척추동물의 8%·곤충의 18%는 서식지의 절반 이상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1위인 중국 등 25개국이 탄소제로 동참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를 선언했다. 이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미래 인류의 생존이 걸린 필수사항이다. 탄소 제로는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의미를 넘어선다.

세계 각국은 대체에너지 개발, 석탄 발전소 폐쇄, 휘발유·경유차 퇴출, 건물 냉·난방에서도 화석연료 추방 시한을 내놓고 있다. 단거리 비행기 운항 금지와 채식 권장·탄소 국경세 같은 무역 장벽도 세워지고 있다.

한국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한 선임 연구위원은 "앞으로 30년간 글로벌 '탄소전쟁'이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면서 "탈(脫)탄소 경쟁력 확보와 녹색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스페인 속담을 인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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