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제19회 평화·통일 독서감상문 공모전 - 일반부 장려]
역사 앞에서 - 저자 김성칠

김장희
김장희

책을 덮지 못하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좋은 책을 만나고 나면 마음이 뜨거워져 움직일 수가 없다.

6.25가 일어나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시절 학교 수업을 통해 들었을 뿐, 그 뒤로 깊이 있게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지 않았다. 늦은 만남이지만 김성칠 선생님의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를 다시 공부하겠다고 내게 다짐했다.

역사학자의 일기는 전쟁토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자세하게 써 놓아 읽는 내내 내 마음을 졸이게 했다. 내가 선생님이 되어 그 상황에 놓인 듯하여 내 마음에 생겨난 두려움이 공초로 바뀌고 걱정은 불안감을 몰고 왔다. 책을 읽는 나도 커다란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그때의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무리 상상해도 가늠하기 어렵다.

전쟁으로 가족이 해체되고, 이념으로 형제가 남북으로 흩어지고, 사람들이 이유없이 끌려가 고초를 겪거나 목숨을 잃고 하늘에선 쉼없이 포탄이 떨어져 모든 건물이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그 공포를 내가 어찌 이해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북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시던 분들의 모습을 낯선 시선이 아닌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고 좀 더 이해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평화에 대한 간절함이 커서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역사학자는 남의 장단에 놀아나서 동포끼리 서로 살육을 하는 모습에 가슴이 어두워진다고 했다. 또, 동족 상잔의 전쟁을 일으켜 외세를 끌어들이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나라의 모습에 얼음구덩에 목을 처박아 죽어버리고 싶은 심경이라고도 했다. 그 말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아마도 그는 예감을 했는지도 모른다. 미군이 한국에 오래 머물러 있게 될 것을. 나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다시 느꼈다.

또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거의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이쳥적이고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전쟁의 공포를 경험하고 싶은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고, 후세에게도 절대 물려주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긴 시간을 한 국가에서 한민족으로 살았다. 사람들의 사상, 신념체계가 두 개의 길을 만들어 지금은 하나가 아닌 둘이 되었다.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두 길에 사는 사람들에 관계의 끈은 놓지 말아야 했다.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낙후된 경제를 일으키느라 우리는 너무 긴 시간 서로 고개를 돌린 채 살아왔다. 오래된 관계의 끈도 닳고 닳아 끊어지기 직전이다. 다시 탄탄한 매듭으로 만들어진 끈으로 바꾸어야 한다.

대북체제로 인해 관계가 자유롭지 않지만 책에서 보았던 참혹한 전쟁을 다시 마주하지 않으려면 북한과 우리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 관계가 매우 돈독하여 감히 누구도 끊을 수 없을 만큼.

이 책을 읽은 이라면 전쟁을 겪은 이들의 마음을 온전하게 다 이해할 순 없어도 이해하려는 마음의 자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전쟁을 겪은 이들과 겪지 못한 이들에 괴리의 벽이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거라 기대한다. 이처럼 북한과의 벽도 무너지리라 기대해본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다 보면 다시 한반도에는 평화가 찾아와 그 평화로 인해 통일로 가는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민간 교류를 오랫동안 지속해 가다보면 훗날 통일의 문턱을 밟을 때 벌어질 복잡한 문제들이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얼마전 북한과의 관계에 파란불이 켜졌을 때 가슴 벅참에 많은 사람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린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만남을 성사시켰고 우리가 하나였음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현재는 여러 가지 일들로 관계가 소원해 보이지만 파란불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이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 민간 교류와 문화 교류를 시작으로 많은 이가 바라는 개성공단 재가동까지 서로 상생하하는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평화를 지속하면 통일로 가는 길목이 우리 눈앞에 환하게 빛을 발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평화롭고 강한 나라를 물려주고 싶다. 그때를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올라 하염없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 내린다.

역사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야 한다. 역사가 더시 반복되지 않게 우리의 것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굳게 다진다. 또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읽혀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시발점 역할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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