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순련 교육학 박사
원순련 교육학 박사

내 나이가 쉰일곱이 됐을 때 제자들이 결혼 주례를 부탁해 왔다. 제자들만이 아니라, 조카들도, 지인의 자녀도 결혼식의 증인이 되어주길 바래서 처음엔 참 난처하기만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식 주례가 엊그제 막내동생의 장녀까지 16명의 주례를 섰다.  

결혼식장을 얼마나 많이 다녔던가? 그런데도 그냥 지나치다 보니 주례를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 봐 두지 않았으니 그냥 내 식대로 결혼식 주례를 하게 되었다.

보통 주례를 하시는 분들은 신랑신부를 앞에 세워두고 전하고 싶은 축하의 말을, 당부의 말을 전한다. 신랑신부는 주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이야기가 끝날 때를 기다리고 서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하객들은 신랑신부의 그 아름다운 모습과 눈빛 한번 맞추지 못한 채 뒷모습만 바라보며 주례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이때 신랑신부는 주례의 이야기를 얼마나 듣고 있었을까?

내가 처음 주례를 섰을 때가 생각난다. 먼저 주례를 보고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신랑신부를 뒤로 돌려세워 하객들을 보게 했다. 그런 다음 내가 단상에서 내려가 신랑신부 곁에 섰다. 그다음 제일 먼저 양가의 부모님을 일어서게 하고 잘 길러서 여기까지 서게 해 주신 양가 부모님에 대하여 모든 하객들이 일어서서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게 했다.

부모님께 축하를 마친 후 다음은 신랑신부에게 하객들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결혼식을 축복해 주시기 위하여 먼 길 찾아오신 분들이 누구인지를 눈 맞추며 손을 들어 답례를 하게 했다.

결혼식장의 엄숙함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하객들과 신랑신부는 이름도 부르고 손도 흔들고 축하의 인사가 성황리에 끝이 났다. 그런 다음 신랑신부와 나란히 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이렇게 두서없이 주례를 끝낸 며칠 후 그 예식장 담당자가 학교로 전화를 해서 나를 찾았다.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이런 주례를 생전 처음 보았단다. 그러니까 자기 예식장의 전문주례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이번엔 학교에서 난리가 났다. 선생님보다 주례가 괜찮지 않느냐고 놀리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한 부부가 16쌍 32명이나 된 것이다.

주례를 선다는 것은 참 부담이 되는 일이다. 얼마나 귀한 자리인가? 처음 제자의 결혼식 주례를 마친 후 새벽기도 때마다 내가 주례를 선 제자 부부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내가 부모는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그 귀중한 자리에 증인이 되었으니 그들 부부를 위한 축복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벽기도 때마다 그 부부의 이름을 잊지 않고 부르며 기도를 해 왔다. 결혼 1주년이 되면 화분을 보내고, 자녀가 태어나면 당연히 옷을 사서 전했다.

이젠 결혼식 주례를 해 주었던 부부가 16쌍이나 되었으니 이름을 불러야 할 사람이 32명이 된다. 순서를 잊지 않고 이름을 부르며 기도를 할 때마다 그들의 그 예쁜 얼굴이 하나하나 스쳐간다. 건강의 축복, 자녀의 축복, 직장의 축복, 사업의 축복을 기도하며 마지막엔 나눔과 베품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랄뿐이다.

고맙게도 모두들 잘 살고 있다. 지난 유월에 결혼한 부부 외는 모두 자녀들이 태어나 건강한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늘 행복하기만 하다.

이제 조금 더 세월이 지나고 나면 이 16쌍의 부부 32명과 그 자녀들을 모두 초대하여 정말 이색적인 축하의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세상에서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그런 이색적인 모임의 축하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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