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우리사회에 인간을 존중하는 가치의 재정립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교문화 영향으로 상명하복에 익숙한 우리의 사회구조상 법보다는 '존중문화' 정착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정신의학자제임스 길리건이 35년에 걸쳐 살인죄로 수감 중인 범죄자에게 범행동기를 물어봤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다.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모멸감을 느끼고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수시로 강력 사건이 발생하며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존중의 부재가 가져온 '반말의 비극'이다. 어느 언론 매체가 한국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이용해 지난 10년간의 사건기사를 분석한 결과 우발적인 살인 사건의 상당수가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범행방식과 장소, 범죄자의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막말에 분노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살인 피의자들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할 때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고, 상대에게 적개심을 표출하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속 수많은 '을'들은 인간대접을 못 받는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서울 어느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사람이 입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머슴·종놈 등의 폭언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장·사장·상관·상사들과 재벌 2·3세들도 '나는 우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갑질을 하다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지탄을 받아왔다. 동시에 뿌리 깊은 '하대문화'속에 서비스직 노동자·부하직원·하청업체 직원 등에게 갑질을 일삼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서울대 사회학과 A교수는 "최소한 타인에게 경어를 쓰는 등 존중의 시민성이 형성되면, 반말의 비극 등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B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부 C교수는 한국사회 막말 문화의 원인으로 '존중의 부재'를 꼽았다. 타인을 존중하는 말 한마디가 '반말·갑질·막말'을 없애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말·막말하는 사회'의 원인을 한국의 민주주의가 소비자 민주주의로 환원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막말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는 모든 것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자신이 돈을 주고 노동력을 샀으므로 문제가 있다면 화를 내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판단했다. 인간을 대상화하고 상품으로 취급하는 '신종 테일러주의'가 한국사회에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능력이니 계급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하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갑질문화가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능력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차별하고 하대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풍조라며, 재벌 2·3세들의 경우 자신의 부도 실력이라고 생각해 막말을 일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규제가 심한 기업 환경에서 행정 관료들의 갑질도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의 공복임을 망각하고 은연중 갑질을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의의 전당에서, 국민이 뽑은 선량들이 원색적인 막말도 모자라 몸싸움이나 삿대질하는 모습을 볼라치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결론은 막말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간을 존중하는 가치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은 타인을 존중하는 언어를 통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정치권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법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수많은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를 상담해온 인권단체의 D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군대·유교문화를 거치면서 상명하복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법 시행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사회가 인권을 경시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제는 압축적으로 성장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인권의식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경영문화를 바꿔야한다. 학교에서는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반말을 쓰지 않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도 했다. 존댓말을 사용할 때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더 인지하게 될 것이다.

직장과 사회에서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명실공히 OECD 국가 반열에 오른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다. 너와나, 우리 모두가 항상 기억하고 되뇌어야 할 언어, "존중합니다. I Respect You"를 몸소 실천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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