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 때 일이다. 한 선비가 벼슬이라도 한자리 얻을까 하고 대원군을 찾아왔다. 선비는 대뜸 대원군께 절을 올렸다. 그런데 대원군은 못 본 체했다. 선비는 대원군이 못 본줄 알고 다시 한 번 절을 했다. 그러자 대원군이 호통을 쳤다. "이놈, 내가 송장이냐? 절을 두 번하게." "처음 드리는 절은 찾아뵈었기에 드리는 절이옵고, 두 번째 드리는 절은 그만 가보겠다는 절이옵니다."

선비의 재치에 대원군은 껄껄 웃으면서 기개가 대단하다며 벼슬자리 하나를 봐 주었다. 절은 두 번해서도 안 되고, 누워있는 사람에게 해서도 안 된다. 절의 예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절은 허리와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하는 전례인사법의 하나다. 따라서 옛 선비들은 공경하지 않는 사람에게 절하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유명한 도연명(陶淵明)이 팽택(彭澤)의 현령이 된지 80일이 지났을 때 속현(屬縣)의 지방관리를 감독하는 독우(督郵)가 온다는 전갈이 왔다. 도연명은 평소 이 사람을 소인배로 여기고 있었다. 도연명은 탄식하면서 "내가 오두미(五斗米·쌀 다섯말의 봉급) 때문에 그런 작자에게 절을 할 수 없다"라며, 현령의 인(印)을 내 던지고 집으로 돌아와 쓴 시가 귀거래사이다.

절은 남자절과 여자절이 다르고 큰절·평절·반절 등의 종류가 있지만, 여자의 큰절인 숙배(肅拜)·남자의 평절인 돈수배(頓首拜) 정도만 쓰이고 있다. 절은 예법의 시작이며 끝이기 때문에 기본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절의 기본은 '1대1 예절'이다. 즉 한 분에게 한 사람씩 하는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앉아 계신다고 가운데서 한 번만 절을 해서는 안 된다. 명절 때 여러 자식들이 횡으로 나란히 서서 함께 절하는 것도 틀린 예법이다. 한 사람씩 차례대로 절을 해야 한다. 선거 때 후보자가 단상에서 유권자들을 향해 큰절을 하는 것은 법도에도 없는 짓이다. 허리를 깊이 숙이는 공수배(拱手拜)면 된다. 보기 껄끄럽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