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철/장흥사 주지스님

5월12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형형색색의 꽃과 연등들이 세상을 수놓으며 ‘부처님 오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나아가 하늘을 유영하는 구름 한 점까지 불성의 현현(顯顯)아닌 것이 없습니다. 다시금 부처님께서 오신 날을 기념하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을 새삼 되뇌어 본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지만 그 속에 함축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부처님은 시방 세계에 두루 아니 계신 곳이 없는데, 우리는 어리석은 질문을 해봅니다. 부처님은 어디 계신지, 혹자는 “이 시대에는 이 시대의 부처님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부처님 당시나 이 시대나, 시대가 변했다 해도 부처님의 가름침은 진리로서 변하지 않는다는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이유는 항상 참 진리로서 어떤 조건이 필요 없이 시공을 초월하여 절대성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불자는 부처님의 가르침만 믿고 가면됩니다.

매년 맞이하는 부처님 오신 날은 우리에게 반성과 새로운 다짐의 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부처님 오신 날은 부처님의 제자들이 한해를 돌이켜 보며 다짐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불교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한해의 노력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해야 할 것은 챙기자는 다짐이어야 합니다.

<법화경> 비유품에는 “오늘에야 비로소 제가 참으로 부처님의 아들인지라 부처님의 입으로부터 나왔고(설법을 듣고 진리 속에 태어남), 부처님의 법에서 화생(化生)했으며, 부처님의 법이란 유산(가르침)을 얻을 줄 알았습니다”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인도의 계급제도 속에서 숱한 사람들이 느꼈을 신분제도에 따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부처님은 믿는 사람은 부처님의 입으로 태어난 고귀한 사람들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부처님의 아들들은 법이라는 유산을 상속한 사람들이라는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이라는 유산은 무엇인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여법에 맞게 지키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시대가 다르고, 지역이 달라졌지만, 부처님이 본질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생명에 대한 무한한 자비의 실천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또한 내면의 등불을 밝혀야 하겠습니다. 법을 상속받는 불자들에게 부처님 오신 날은 부단한 수행을 통해 각자의 내면에 등불을 밝히는 것이자, 사회의 등불이 되자고 다짐하는 날이어야 하겠습니다.

올해의 봉축 표어가 수행정진으로 세상을 향기롭게 인 것처럼 수행에 게으르진 않았는지, 나보다 교단의 발전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노력했는지 등 상하, 빈부, 귀천, 남녀 들을 구분하지 않고, 손에 손을 잡고 부처님께서 우리들에게 법을 상속시킨 이유를 되돌아보는 날이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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