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성종 장춘향 대표

“처음 서각을 시작할 땐 한밤중에 나무를 깎아내는 소리가 음악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작품에 몰입하다 보면 밤을 새는 일도 다반사였지요.”

신현읍 중곡동에 위치한 중화요리 전문점 장춘향. 이곳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서각작품들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옥성종(50) 장춘향 대표의 작품들이다.

요리와 서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고 있는 장 대표가 서각이라는 예술 활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국정 김현봉 선생의 도움이 컸다. 

그는 “신현읍 장평리에 중화요리점을 개업하고 국정 선생님에게 ‘불도장’이라는 글귀를 받아보려 몇 번을 찾아갔지만 빈손으로 돌아왔었다”면서 “그렇게 마다하던 국정 선생님이 음식 맛을 보시고는 「이 정도 음식이라면 내 글을 걸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다」라고 말씀 하시며 흔쾌히 글을 써주시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중국요리에 모든 것을 걸었던 옥 대표는 국정 선생과의 만남을 통해 서각이라는 또 다른 예술세계를 접하게 됐다.

이후 국정 선생의 소개로 통영의 시목 임종안 선생과 부산지역 조각가 김형득 선생 문하에서 2년 6개월 동안 가르침을 받으며 서각에 대한 기본 틀을 확립해 나갔다. 

옥 대표가 서각에 본격적으로 빠져 든 것은 서각의 대가인 환옹 김진희 선생을 만나면서부터.

“여러 번에 걸쳐 환옹 선생을 찾아갔지만 쉽게 제자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예닐곱번 칼로 나무를 깎는 모습을 직접 보시더니 제자로 맞아주셨지요.”    

최고의 스승에게 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밤을 세워 작업하기가 예사였다고 한다. 낮에는 음식 만들기에 몰두하고 밤에는 서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계속됐다.

그는 “서각에 미치다 보니 잠잘 시간도 잊어버리게 됐다”면서 “음식을 만들다가도 갑자기 작품 생각이 스치면 곧바로 작업실로 향하기가 일쑤였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열병과도 같은 서각 작품활동 때문에 핀잔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가족 모두가 옥 대표의 편에서 이해하고 아낌없는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아직 요리가 천직이고 서각은 취미생활이라고 말하는 옥 대표. 하지만 그의 작품을 단지 취미생활이라고 규정짓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2008년과 2005년 대한민국 서예대전 서각부문 입선을 비롯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경상남도 서예대전 입선, 2003년과 2005년 대한민국 서법예술대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는 등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작품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옥 대표는 작업할 나무를 바라보면 그곳에 만물의 형상이 모두 비친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의 작품을 본 손님 가운데 즉석해서 좋은 글귀를 써주는 이도 가끔 있다고 말했다. 항상 부족함을 느끼기에 지인이 보내준 ‘남명 전신과 문자의 향기’라는 책자를 언제나 끼고 산다고 귀뜸했다.

요리 때문에 많은 작품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은 요리나 서각이나 한 가지라고 생각하며 언제나 두 가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또 다른 표현력을 갖춘 기법을 터득하고 싶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옥 대표는 최고의 요리로 미각을 만족시키는 한편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국정 선생님이 제 아호를 ‘죽지(竹志)’라고 지어주신만큼 대나무처럼 곧고 강직하게 마음을 갈고 닦아 요리와 서각, 어느 하나라도 소홀함이 없는 예술가로 거듭나고 싶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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