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여자고등학교 이규호 체육교사

“처음 거제로 부임한 뒤 남녀공학인 종합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함께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 하다 댄스스포츠를 떠올렸습니다.”

학생들에게 춤바람(?)을 전파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고 있는 거제여자고등학교(교장 홍용식) 이규호 교사(43·체육).

자신감이 부족하고 매사에 능동적이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그가 가르치는 댄스스포츠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 1999년 한 학생이 포크댄스 때문에 체육시간이 기다려진다는 말을 듣고서 학생들에게 댄스스포츠를 가르칠 생각을 했습니다. 댄스스포츠라면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워 평생을 즐겁게 지낼 수 있겠구나 싶었지요.”

댄스스포츠를 수업시간에 활용하고 동아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그에게 처음으로 돌아온 것은 주변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형들까지 댄스스포츠를 카바레에서 추는 춤으로 인식하고 무조건 반대를 해왔기 때문. 

“커플댄스로 이뤄지는 댄스스포츠는 상대방에 대한 예절과 서로를 배려하며 춤을 추는 신사적이고 교양이 넘치는 춤”이라고 설명한 이 교사는 “춤에 대한 선입관을 없애고 학생들이 즐겁고 유익한 학교생활을 한 뒤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감 있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10여년 동안 거제지역 고등학생들에게 댄스스포츠를 가르친 그에게 거제종합고등학교 근무 시절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단결석을 일삼으며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는 5명의 학생들에게 방과 후 댄스스포츠를 가르친 것.
그는 “학교에서 말썽만 부리던 이들이 댄스스포츠를 접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면서 “출석률도 높아지고 학교생활도 긍정적으로 변해갔다”고 그때를 추억했다.

댄스스포츠에 푹 빠져 산 학생들과 이 교사에게 큰 선물이 전해졌다. 제1회 동덕여자대학 총장배 전국 댄스스포츠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이들이 단체 포메이션부문에서 동상을 차지했던 것이다.

이 교사는 “그때 그 제자들이 ”선생님, 제가 학교 다니면서 단상에서 교장선생님이 주시는 상을 처음으로 탔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땐 가슴이 터질 듯이 기뻤다”며 “학교를 포기할 뻔 했던 학생이 졸업 때 공로상도 수상하고 댄스스포츠 학과에 진학 하는 모습을 보며 댄스스포츠를 통해 학생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인문계 고교에 부임한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댄스스포츠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 1교1특색사업으로 댄스스포츠를 전교생에게 보급하고 ‘어울림’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는 “인문계고교라는 제한 때문에 학생들에게 댄스스포츠를 보급하기 힘들었지만 수업시간과 특기적성 시간을 통해서 깊이 있게 가르쳤다”면서 “학생들이 댄스스포츠를 배우며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 것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임한 거제여자고등학교에서도 이 교사의 춤바람(?)은 이어졌다. 1·2학년 학생들에게 댄스스포츠를 가르친지 얼마 되지 않아 학생들의 태도가 180도로 변했다.

주눅 들고 어두웠던 학생들의 얼굴에 밝은 웃음과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댄스스포츠를 배우는 학교 다목적실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는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댄스스포츠가 학생들에게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거제지역 모든 공립고등학교에 댄스스포츠를 보급할 수 있게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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