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 CJ투자증권거제지점 선임차장

유가가 급등하면서 3차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누구도 자신있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로라하는 월가의 투자은행들마저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골드먼삭스는 2년뒤 유가를 최고 배럴당200달러(미서부텍사스유 기준)로 예상했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는 이유다. 반면 리먼브러더스는 연말이면 유가가 급락한다고 예상했다. 최근 고유가는 달러 약세에 편승한 투기 수요 때문에 거품이 낀 것이라 곧 가라앉는다는 주장이다.

◆ 2년 내 200달러 간다

골드먼삭스는 대표적인 유가 강세론자다. 지난달 말에는 “앞으로 6개월, 길게는 24개월 이내에 유가가 150~2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9일엔 “국제유가가 올여름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강세론을 이어 갔다.

골드먼삭스는 이미 2004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에 머물 당시 ‘수퍼 스파이크(super spike·원자재 가격의 장기 급등 사이클)’를 주장하며 국제유가가 2010년엔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었다. 당시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결국 정확히 들어맞았다.

골드먼삭스가 내세우는 근거는 단순하다.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원유소비는 급격한 속도로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의 석유 수요는 지금보다 3200만 배럴(하루)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공급은 거북이 걸음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생산여력은 제한적이다.

최근에는 ‘피크오일(peak oil)’이론도 주목받고 있다. 이미 전세계원유생산량이 정점을 지나 하락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모건스탠리도 유가 강세론에 힘을 싣는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다음달 4일까지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만간 급락한다

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경기 후퇴에 따른 수요 감소가 유가 하락을 이끌 것” 으로 분석했다. 일단 하락세가 시작되면 투자자사이에 유가 상승에 대한 신뢰도가 꺾이면서 급락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리먼브러더스는 최근 유가 급등세를 과거의 닷컴 버블에 비유하기도 했다. 유가가 오르면 전문가들이 향후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투자 자금들이 계속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유입돼 가격 버블을 부른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이에 대해 “원유 시장에 ‘자기 충족적 예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퀀텀펀드의 창립자 조지 소로스도 “지금 상품시장은 투기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유국들도 지금의 급등은 펀드멘털 보다는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OPEC은 9일 선진8개국(G8)등이 요청한 증산 요구를 거부했다. 시장에서는 또 강세론을 외치는 투자은행을 의심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 금융당국은 국제 원유시장의 투기세력을 조사 중인데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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