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신 성내공단협의회장
이성신 성내공단협의회장

조선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동안 장기 휴무로 공장 구석구석에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는 공무 팀의 손길이 바쁘다. 굳게 걸어 잠갔던 공단의 빗장이 열리고 선박 구성품을 조립할 때 나오는 각종 금속음이 요란하게 진동할 날도 멀지 않았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세계경제가 해동이 되고 발동을 멈춘 해운시장도 더이상 수출입 화물을 창고에만 장기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간만에 조선시장도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와 여기저기 선주사의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조선소도 부족한 일손 찾기에 바쁘고 선박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모든 가용장비와 시설물들은 점검을 마치고 본격적인 건조 레이스를 펼칠 태세에 돌입하고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조선의 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조선시장은 앞으로 약 10~15년은 까딱없다고 한다. 2천년대 후반기에 찾아왔던 엄청난 조선호황은 아니더라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의 호황을 선언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건 단순히 추측이나 억측이 아니다, 조선과 해운시장을 분석하는 전문기관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이를 주장하고 있다.

예측컨대 전 세계의 대양을 떠다니는 약 9만5000여척의 상선들중 선령이 25년이 지난 선박들이 약 6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들은 해가 가면 갈수록 급속히 노후화되고 있으며, 환경규제 강화로 교체선박 수요는 날로 증가함으로서 건조할 선박에 비해 배를 짓는 조선소는 턱없이 부족한 선대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다. 이렇게 됐을 때 현재의 저가수주는 사라지고, 배를 우선 지을려는 선주사가 늘어남으로써 고가 수주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수혜는 세계 최고의 건조능력을 가진 국내 대형조선 3사가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이들 3사에 납품하는 수많은 조선기자재업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돼 그동안의 장기공백 기간을 벗어나 공장을 가동하게 됨으로써 기업의 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처럼 국내 조선산업은 그동안의 악성불황에서 탈출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운동을 시작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수많은 조선노동자들과 기술자들도 속속 현장으로 집결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토록 우려하고 있던 것과는 반대로 조선노동자들은 그들의 삶을 지금까지 지탱해준 조선현장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고, 본래 자기들이 몸담았던 일터로 원대 복귀할 것으로 모두가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거제시에서도 향후 조선 호황기가 오면 심각한 인력난이 도래할 것을 직감하고 일감이 없어 흩어진 조선근로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조선산업도시 최초로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을 개발해 실행했고, 대형조선소의 기능인력훈련소에도 시비를 투입해 전체 훈련수당의 80%상당을 지원하는 등 통큰 협조를 함으로써 조선 기능인력 양성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우려했던 우리지역 조선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돼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이런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가 주축이 돼 노사정이 힘을 합친다면 어떠한 난관도 무난히 극복해 내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모든 것이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조선 부활의 꿈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그동안 힘든 시기를 견디어온 수많은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시장상인 모두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이제는 협업하지 않는 갑의 독불장군 시대는 끝났다.

대형조선소들도 이제는 모두에게 상생의 기운을 불어넣어 조선협력사들은 물론 우리시의 자영업자, 소상공인 및 시장상인 모두가 기운을 차리게 하고 모처럼 찾아온 이 절호의 기회가 다시는 중단되지 않고 영속해 나갈 수 있도록 다함께 힘을 모아 거제의 새역사를 창조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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