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수군의 '통곡의 바다'를 돌아 이순신 장군의 '승리의 바다'로
조선수군의 '통곡의 바다'를 돌아 이순신 장군의 '승리의 바다'로
  • 이남숙 기자
  • 승인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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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다크투어리즘3]임진왜란에서 태평장전쟁의 거제바다
다크투어리즘 명소로 부각되는 칠천량해전공원
수장된 1만여 조선수군 위령비라도 세워야
칠천량해전공원에서 바라본 통곡의 바다인 '칠천량해안'
칠천량해전공원에서 바라본 통곡의 바다인 '칠천량해안'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외침을 쫓아 하청·장목면을 거쳐 옥포만까지 다크투어리즘의 길을 나섰다. 하루에 다 둘러보기는 벅찬 칠천량해전공원∼장문포 왜성∼유호전망대∼매미성∼저도∼옥포대첩기념공원∼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을 돌아보았다. 

#다크투어리즘 명소로 떠오르는 칠천량해전공원

칠천량해전공원은 정유재란 당시 1만명 조선수군이 수장된 통곡의 바다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원은 칠천연육교를 지나 왼쪽 길을 선택해 해안선을 따라 20여분을 달려가면 언덕 위에 자리했다. 

공원이 자리한 칠천도는 거제가 품은 62개 섬중 가장 큰 섬으로 1510년 삼포개항 후 제포(마산)에 거주하던 왜인 4000명에서 5000명이 폭동을 일으켜 부산·우천·동래성을 침공하고 칠천도 앞 칠천량을 침략해 민간을 약탈한 곳이다. 

1597년 7월 이순신 장군이 옥살이 중 1597년 7월14일부터 16일까지 3일 동안 원균의 지휘 아래 조선수군이 도도 다카토라 등이 지휘하는 왜군과 칠천도 앞바다에서 칠천량해전을 벌였다. 하지만 조선 전함 180척 중 150척이 침몰하면서 원균·전라우수사 이억기·충청수사 최호와 함께 1만명의 병사까지 숨진 조선 수군 최대의 패전지다. 

칠천량해전공원은 패전의 그날 그곳 통곡의 바다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거제포로수용소 등과 함께 아픈 역사가 담긴 장소로 국제적 다크투어리즘 명소로 부각되고 있으며 SNS 등에 뷰가 아름다운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칠천량해전공원 전시관은 당시 조선 수군의 판옥선 모형을 형상화해 지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1월1일과 설날·추석 당일,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전시관 문은 닫혔다. 전시관 내부는 임진왜란 연도별 과정과 강제징용, 조선 수군의 생활·모습들을 모형과 e북으로 볼 수 있다. 

또 조선 수군 의상으로 갈아입고 대포를 쏘는 모습을 재현해보는 체험장도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칠천의 메아리'라는 아이라이너 영상관은 왜적들이 조선 민중에게 저지른 겁탈과 유린·만행 등에 대해 매 시간별로 7번 방영되고 상영시간은 약 20여분이다. 

좋은 역사는 아름답지만 이곳 칠천량해전과 같이 아픈 역사도 잊지는 말고 후손들에게 알려 다시는 이런 아픔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훈을 주고 있다.

문화재자료 제273호로 지정돼 있는 장목면 '장문포왜성'. 현재 관리가 안돼 있어 더 슬픈 곳이다.

#문화재자료 제273호 장문포왜성

칠천도에서 장목 방면으로 국도를 달리다 포장·비포장이 반복된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산길을 30여분간 따라 올라가면 장문포 왜성이 나온다. 

왜성은 허물어지고 담장만이 산언덕을 타고 남았는데 문화재자료 제273호라 칭하기에는 관리가 전혀 안돼 버려진 곳처럼 휑하다. 

난중일기에는 장문포 앞바다까지 돌입했으나, 왜적이 깊이 숨어 나오지 않았고 양쪽 봉우리에 누각을 높게 세운 성곽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돌로 쌓은 성벽은 둘레 710m, 높이·넓이 3.5m정도로 내륙에 쌓은 왜성에 비해 규모가 작다. 일본식 왜성으로 바다건너 500m 되는 곳에 있는 송진포왜성과 함께 장목만 입구를 막기 위해 세워졌다. 

잊지 말아야할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왜성이라는 이유 등으로 문화재 보존의 손길은 어디에도 없이 소나무와 잡목만이 널브러져 못내 아쉬웠다. 

거제지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SNS 상에서 가장 유명한 장목면 '매미성'. 2003년부터 한 사람이 쌓아올리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완성되지 않는 곳이다.
거제지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SNS 상에서 가장 유명한 장목면 '매미성'. 2003년부터 한 사람이 쌓아올리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완성되지 않는 곳이다.

#거제에서 꼭 들러야 할 곳 '매미성'

조선 수군의 통곡을 뒤로 하고 SNS에 거제 오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유명한 장목면 복항마을 매미성에 들렀다. 

매미성은 조선소 퇴직 후 농사를 짓던 백순삼씨가 2003년 자신의 밭이 태풍 '매미'로 인해 큰 피해를 입자 더 이상 작물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15년여 동안 홀로 천년바위 위에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가며 만든 성으로 태풍 매미로 인해 지어졌다고 해서 매미성이라고 불린다. 성은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로 메우길 반복해 이제는 유럽의 중세시대 성을 연상케 했다.

#일출·야경의 명소 '거가대교 유호전망대'

매미성을 지나 '유호전망대'라 불리는 거가대교 전망대에 올랐다. 일출·야경이 멋있어 사진작가들과 연인들이 데이트 장소로 많이 찾는 곳이다. 거가대교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야경은 검은 바다와 검은 하늘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영롱한 보석처럼 빛났다. 

거가대교는 해상의 사장교와 해저의 침매터널로 구성된 8.2㎞의 다리로 부산과 거제도를 이어주는 다리다. 1조4000억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다리 준공으로 부산∼거제간 140㎞이였던 거리를 60㎞로 단축했다. 

특히 부산 가덕도∼중죽도∼대죽도를 잇는 3.7㎞ 침매터널은 길이 180㎞로 세계 최장 함체, 48m의 가장 깊은 수심, 세계 최초 2중 조인트 합체 연결 등 5가지의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만큼 다소 비싼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대통령 여름별장인 '청해대'가 있는 저도 내에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본군 포진지가 있다.
대통령 여름별장인 '청해대'가 있는 저도 내에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본군 포진지가 있다.

#예약해야만 갈 수 있는 곳 '저도'

지난해부터 민간인에게 개방된 저도(猪島) 유람선에 올랐다. 장목면 궁농항에서 뱃길로 3.9㎞, 배로 10여분이면 도착한다. 유람선 왕복 요금은 성인 1명당 1만8000원이다. 지난달 17일부터 1년간의 임시 개방을 끝내고 본격적인 개방에 들어갔다. 하루 입도 인원은 1800명이고, 해군 정비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입도 가능일은 연간 250여일이다. 

뱃길은 궁농항·칠천도·장목항 3곳에서 입도가 가능하고 먼저 유람선사에 예약한 후 명단을 작성하고 해군이 예약 명단을 확인 후 입도를 승인해야 관광이 가능하다. 저도는 면적 43만4181㎡·해안선길이 3150m·최고높이 203m이며, 진해만 구산반도의 서쪽 끝에 있다. 거제도 북단에서 1㎞ 정도 떨어져 있고 행정구역상으로는 장목면 유호리다. 

섬의 원래 이름은 학(鶴)섬이다. 도야지섬이나 돝섬으로 불리다가 돼지섬을 뜻하는 저도란 이름을 갖게 됐다. 

섬에는 2층으로 된 청해대 본관과 경호원·관리요원·장병 숙소, 자가발전소·팔각정·산책로·전망대·9홀 규모의 골프장·해안에는 2여m 인공 백사장 등이 조성돼 있다. 해안에는 200여년 된 해송(둘레 5m·높이 20m)들이 들어차 있어 풍경이 기가 막힌다. 

탐방코스는 계류부두∼3관(사병숙소)∼제2전망대∼제2분기점∼해송∼골프장∼모래해변으로 1시간20여분이 소요된다. 관광은 거가대교의 2주탑 조망과 황톳길 걷기와 1920년 일제 강점기 일본 해군 탄약고와 포진지·울창한 해송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별장과 군사시설은 보안상 이유로 개방하지 않는다. 저도 제2전망대에 올라서자 사장교인 거가대교의 2주탑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도의 모래해변에서 거가대교 3주탑을 바라보며 전직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하얀 모래에 나무막대기로 글자를 새겨보기도 했다.  

옥포대첩사당에서 내려다본 옥포해전 격전지.
옥포대첩사당에서 내려다본 옥포해전 격전지.

#승리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옥포대첩기념공원

아름다운 저도에서 육지로 상륙해 옥포만으로 발길을 돌렸다. 적진포·당포·명량 등 남쪽 해안 곳곳마다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곳이 없는데 그중 첫 승리를 가져다준 거제도 동쪽 옥포에 들어서 탁트인 옥포바다를 바라봤다.

옥포만은 1592년 5월7일 전라좌수사 이순신과 경상우수사 원균이 왜선 26척을 격침시킨 곳이다. 이 해전은 옥포해전이라고 불리며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수군의 첫 승전지다. 해전이 펼쳐졌던 옥포항에서 출발해 전형적인 어촌마을인 팔랑포마을을 지나 옥포해전을 기념하는 옥포대첩기념공원에 도착했다. 옥포항∼팔랑포마을∼옥포대첩기념공원까지는 2.8㎞로 해안데크길과 평탄한 숲길로 이어져 1시간여가 소요된다. 

왜구의 조총에 대적할 무기 하나 없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정신만으로 승리를 이끌어낸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조선의 장수들과 이름 모를 수군들. 옥포해전의 승리는 왜군의 통신·보급로를 차단해 왜군의 육상 전진을 저지하고 아군의 사기 진작에 기여한 바가 크다. 

옥포대첩 기념공원의 옥포대첩기념비
옥포대첩 기념공원의 옥포대첩기념비

옥포대첩기념공원은 옥포해전을 기념해 2006년 6월22일 조성됐다. 입장료가 따로 없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매년 6월16일을 전후해 이곳 공원과 옥포시내에서 장군에 대한 제례 행사인 옥포대첩기념제전이 열린다. 공원 안에서는 대우옥포조선소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충무공 영정을 모신 사당과 모형으로 된 판옥선과 거북선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임란때 통신·암호용으로 사용했던 신호연인 '전술비연'은 임란 당시에는 가로 90㎝·세로120㎝ 대형 연으로 하늘에 높이 띄워 아군에게 뚜렷하게 보이도록 제작했다. 

전시관은 충무공의 업적과 당시 상황을 재현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자료가 많아 교육적 효과도 있다. 다시 힘을 내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덕포해수욕장까지 5.5㎞를 1시간30여분동안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 거제도 북쪽 해안을 따라 가면 이순신장군과 조선 수군의 그날의 외침이 아련히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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