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주자들도 “정부 차원 지원 대책 필요” 한목소리
산과 운영 재개 민원 거세지만 민간 병원에 강제 어려워

거제시 유일의 응급분만이 가능한 대우병원이 분만실과 신생아실 등 산과 폐쇄를 예고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우병원 산과 폐쇄는 거제신문 보도(지난해 12월 9일자) 이후 폐쇄방침 철회 여론이 일었고, 총선 예비후보 등이 논평과 성명 등을 통해 대우병원 폐쇄가 거제시의 인구증가 정책에 반하며 지역민들이 제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병원과 거제시청·보건소 등에 진료 재개를 요청하는 등 여론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간 대우병원이 저출산으로 환자가 급격히 줄면서 재정 적자에 시달려 온 사실이 알려져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대우병원은 최근 거제시 등 정부차원의 뚜렷한 지원 대책이 없고 만성적인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분만실과 신생아실 등 산과 진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대우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2020년 3월 1일부터 불가피하게 산과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산부인과 정상진료)한 상황이다.

병원 측은 “수년 전부터 출산율 감소가 심화되고 있고 특히 거제 지역은 더욱 심해 50% 가까이 급격한 출산율 감소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더 이상 산과(분만실, 신생아실)를 유지해 나갈 수 없다는 결정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3월 1일부터 불가피하게 산과 운영을 중단한다”면서 “단 부인과 및 여성 진료는 더욱 내실을 기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계속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대우병원은 인구 25만 명 거제시에서 급격한 출산율 감소 속에서도 지역 내 종합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산과를 운영해오던 병원이었다.

거제시 출생아 수는 2016년 3233명이던 것이 2017년 2614명, 2018년 2030명, 2019년 1518명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 산과의 적자폭을 가중시켜왔다.

현재 거제시에서 분만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산부인과 의원 2곳과 대우병원 등 3곳이 전부다. 더욱이 대우병원은 거제에서 유일하게 응급분만과 협진분만이 가능한 병원이다.

그러나 최근 타 지역에서 출산 준비를 하는 산모들이 증가하고, 진주·부산·창원 등  주변 지역에 대형병원들이 들어서면서, 대우병원은 재정적 적자에 시달리는 등 대내외적 어려움에 부딪혀 끝내 산과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에 지역 주민들은 단 몇 건이라 하더라도 지역 응급 분만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거제에 산과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거제시민들이 활동하는 특정 맘카페에서는 대우병원은 물론 거제시청‧보건소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운동을 제안하는 등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카페 회원은 “의료 낙후지역도 아니고, 젊은 세대가 그래도 어느 정도 있는 지역인데, 의료에 대한 수준은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거제에서 출산해야 하는, 대형병원에 가야하는 산모들도 있을 텐데 어쩌라는 건지”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지역 주민들은 병원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경영논리에 밀려 필수 진료과인 산과가 폐쇄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문상모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대우병원을 직접 방문해 산과 폐쇄방침에 우려를 표했고, 서일준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는 논평을 통해 “미래세대의 안정적 출산을 위해 정부와 거제시는 적극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 달 몇 건의 분만을 위해 산과를 유지하기에는 민간병원인 대우병원이 짊어져야 하는 재정 적자가 심각해 해당 병원에게 부담을 지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병원계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산부인과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공공의 역할을 위해 민간 병원임에도 적자를 감수하며 산부인과를 유지하는 병원들도 있지만 산부인과 저수가 속에 병원 홀로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2018년 전국 시·군·구별 분만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시·군·구 226곳 중 71곳이 작년에 아이를 한명도 안 낳았고, 서울·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구’ 지역을 빼면 157개 시·군 중 절반가량(45%)의 지역에서 한 명도 아이를 안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만건수 0건인 지역 중 57곳이 산부인과가 아예 없고, 심지어 30곳은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안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도 없는 등 산부인과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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