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술 분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험이 기술사다. 기술사는 기술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지식과 응용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서 법에 의거해 노동부가 검정시험을 통해 일정수준에 도달한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기능계의 기능장에 해당하는 기술계의 최고자격이다.

조선 현장에 근무하며 기술사 자격증을 두 개나 취득하고 기능장 자격까지 갖고 있는 최고의 기술장인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대우조선해양 입사 23년차인 전원식(48) 기정. 총무부 통신반 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현재 용접 기능장에다 용접 기술사·금속재료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해 이 분야 최고의 기술사로 불린다. 동료들은 고스톱을 쳐서 딴 게 아니냐며 '고스톱 기술사'라고 농담 삼아 부르기도 하지만 개념치 않는다. 동료들 또한 그의 집념과 기술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1996년 신문에 실린 모집광고를 보고 무작정 지원, 혈혈단신으로 거제로 내려와 직업훈련을 받고 대우조선에 입사했다.

2009년 용접기능장을 취득하고 공부를 더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용접 기술사와의 인연은 거가대교였다. 부산으로 왕래가 용이해지면서 2011년부터 부산을 오가며 기술사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5년 넘게 현장 기능사원으로 일해 왔고 컴맹인데다 변변한 지식과 밑천없이 막연하게 시작한 꿈이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고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행이 공부가 재미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기술사에 도전했다. 두 번의 고배를 마시고 세 번째는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면접에서 또 낙방했다. 칼을 갈고 날을 세우던 중 두 번째 면접도 불발위기에 처했다.

회사 사정으로 아프리카 앙골라 파견근무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면접을 볼 수 없어 파견일정 연기를 요청했지만 불가했다. 그러던 중  불행 중 다행으로 취업비자가 누락돼 동료 2명을 먼저 아프리카로 보내고 자신은 면접에 응시할 수 있었다. 꿈에도 그리던 기술사 합격소식을 앙골라에서 듣고 그는 '하늘이 도왔구나'라고 생각했다. 기술사 공부를 시작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합격한 것이다. 준비하는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공부한 시간은 5000시간에 이른다고 그는 계산했다. 흔히들 말하는 '1만시간 법칙(1만시간 공부해야 합격할까 말까 하다는 말)'을 깨고 99회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그것도 전국에서 한명으로.

연구소에서 일하는 쟁쟁한 학자나 엔지니어링도 많았지만 그들을 당당히 물리치고 생산직 현장근무자가 합격한 것. 그러기에 전국 수석이라는 말에 아내는 "웃기고 있네"라며 믿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전원식 기정. 합격의 기쁨도 잠깐이었고 공부에 대한 또다른 욕망이 꿈틀거렸다. 2015년부터 금속재료 기술사에 도전했고 1년만에 또 합격해 두 개의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러기에 동료들은 그를 '고스톱 기술사'로 부르며 농담을 건다. 크리스마스도 도서관에서 보냈고, 하나뿐인 딸이 몇학년인지도 모를 지경으로 책에 파묻혀 집중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는 그는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이러한 열정 덕에 기술계의 고시로 불리는 기술사 자격증을 2개나 획득했고, 이젠 사내 자율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전 금속재료 기술사 수험서'라는 전문서적도 출간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산업인력관리공단 용접실기 감독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그는 '성실'이라는 좌우명이 있었기에 모든 영광이 가능했다고 장담했다.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그는 공부가 아닌 미래의 로망은 따로 있다. 버킷리스트의 최우선이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20년이 넘는 오토바이 라이딩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요즘도 주말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거제를 누빈다. 또 기타와 피아노도 즐겨 치는 그는 자신을 '딴따라'라고 표현하면서 너무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지칠 수도 있으니 일과 공부도 취미와 함께 즐겨야 한다고 말을 맺으며 오토바이 오프로드 라이딩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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