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이라 표현 못한다고 더이상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라"
"고령이라 표현 못한다고 더이상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라"
  • 김수정 기자
  • 승인 2019.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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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댐 상수원 보호구역 5개 마을 주민 37년째 고통 호소
실질적인 혜택 지원으로 주민생활권 보장해야

37년의 고통을 끊어낼 수 있을까? 연초댐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5개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다.

내 땅이어도 오래된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수 없고 옛집을 증축하는데도 여러 차례 점검을 받아야 한다.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흔한 식당조차 들어설 수 없는 곳이 상수원 보호구역이라고 주민들은 전한다.

1997년 삼성·대우 조선소 확장에 따른 공업용수로 건설된 연초댐은 생활용수로도 사용하게 되면서 1982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처음부터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지정이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있는 마을은 연초면 명상·명하·이남·이목·천곡 5개 마을로 현재 228세대, 361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수십년째 끙끙 앓고 있는 상황. 지역 관계자는 "37년의 고통을 당장에 끊어낼 수는 없지만 해묵은 갈등은 풀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봐야 한다"며 소외 지역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초댐 전경
연초댐 전경

주 식수원인 남강댐이 있는데 연초댐 상수원 보호구역 꼭 필요한가?

현재 거제시 물공급은 연초댐을 비롯해 남강댐(사천정수처리장)·구천댐·일운정수장 4곳이다.

2002년 남강댐 계통의 광역상수도가 들어오면서 연초댐의 활용도는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공급량을 놓고 보면 7만7000톤인 남강댐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구천댐(2만톤), 연초댐(1만6000톤) 순이다. 옥포1·2동 주민들이 연초댐에서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주 식수원이 바뀌었는데도 상수원 보호구역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주민들이 많다. 남강댐 유입량을 조금 더 늘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제시 환경과는 "연초댐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는 사실상 어렵다. 시설폐쇄가 되거나 새로운 광역 상수도망이 새롭게 들어오지 않는 이상 환경부에서 해제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남강 공급량을 더 늘리게 되면 기존 상수도 관경이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교체하는 비용만 수조원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시설관리과 이길성 차장은 "남강 광역상수도의 경우 거제를 비롯해 진주·산청·남해·하동·통영·고성 등 7개의 지자체가 공급받기 때문에 물 배분량에 따른 협의도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지자체간 물 배분량을 두고 갈등이 상당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수자원 확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향후 물부족 가능성도 염두하고 연초댐을 꾸준히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질 관리를 위해서는 상수원 보호구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초댐을 항구적인 생활용수로 이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2010년 약 2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고도 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상수원 보호구역, 연초댐은 해야 되고 구천댐은 안해도 되나?

구천댐의 경우 1일 공급량과 공급지역이 연초댐보다도 많은데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 부분도 주민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 구천댐이 낚시금지 구역과 공장 제한구역으로 이미 지정돼 있긴 해도 상수원 보호구역으로는 지정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연초댐 인근 주민들보다는 규제가 자유로운 편이다.

시 관계자는 "구천댐 역시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환경부의 요구는 계속 있었다"면서 "주민들이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수년간 지자체와 갈등을 겪어왔다. 지금은 청경들이 매일 순찰을 돌면서 상수원 보호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연초댐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못한 점은 인정했다.

연초댐 일부 주민들에게서 "지금이라도 시청 앞에서 강력하게 시위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규제 완화를 통해 주민생활권 보장해야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규제라도 완화해 주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높다.

원정석 명상마을 이장은 "80대 고령이신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여기가 유령마을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면서 "복지시설도 없고 마음대로 새로 집을 지을 수도 없으니 자식들조차도 마을로 들어오지 않는 실정이다. 시가 상수원 보호구역 5개 마을을 포기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거제시는 지난 2008년부터 상수원 보호구역 내 주민지원사업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제시 환경과 이명구 주무관은 "올해의 경우 국비 보조사업과 시비 사업으로 약 3억4600만원이 편성돼 농기계와 친환경 농자재를 구입, 농로정비 등에 쓰이고 매월 상수도요금과 케이블수신료가 지원되고 있다"면서 "5개 마을 이장들과 협의해 필요한 사업 부분에 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하마을 주민 신숙주(70)씨는 "주민 대부분이 80대 고령인데 농업에만 국한된 지원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생색내기 지원"이라며 "전기세 지원 등 실질적인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사 때만 마을에 찾아온다는 한 주민은 "여기 땅 가치가 1000원도 안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이곳에 사는 건 진작 포기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윤지원 이목마을 전 이장은 "우리들 마을의 희생으로 그동안 시가 물 걱정을 덜었다면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게 소득사업과 복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주민 수도 적고 고령이라 표현을 못한다고 시는 더이상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주민들의 민원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환경부에 건의하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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