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은 시장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변기 하나를 가져다가 자신의 서명과 함께 '샘'이라는 제목으로 뉴욕전시회에 출품했다. 대량생산으로 흔해빠진 기성품을 예술작품으로 선택하는 '레디메이드(ready-made)' 작품의 효시이며, 이는 20세기 아방가르드 미술을 대표하게 된다. 그러나 원본 작품은 도난 당했고 지금 보는 것은 복제품이다.

왕도 먹어야 하니까 당연히 쌀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체 높은 체면에 화장실에 가는 것도 무리다. 더구나 입고 있는 곤룡포가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왕의 편전에는 이동식 화장실을 대령한다. 소변은 요강에서 보았고, 대변은 '매화(梅花)틀' 또는 '매우(梅雨)틀'이라는 오늘날의 좌변기와 비슷한 것을 사용했다. 왕의 옥체에서 생산된 똥도 똥이라 부르지 않고 매화향이 난다 해서 매화라 존칭됐다.

매화틀은 나무로 외부 틀을 만들어 빨간 우단으로 감싸고, 왕의 엉덩이가 닿는 곳에는 부드러운 천을 둘렀다. 변이 떨어지는 구멍 밑에는 구리그릇을 넣고 뺄 수 있게 만들었다. 왕의 배설을 담당하는 궁녀가 복이나인(僕伊內人)이다. 왕이 똥 누고 싶다면 달려와 휘장을 치고 매화틀을 넣어준다. 일을 보고나면 궁녀는 깨끗한 물과 깨끗한 명주수건으로 뒤를 닦아준다. 그리고 변을 본 그릇을 빼내 왕실 전용 병원인 전의감에 보낸다. 전의(典醫)는 왕의 똥 색깔과 모양·냄새 등을 살피고 심지어 맛을 보면서 임금의 건강상태를 점검한다.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아메리카'라는 제목의 황금변기를 만들었다. 18K 황금으로 만들어진 황금변기의 가치는 480만파운드(약 70억원)에 달한다. 이 변기는 2016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처음 전시됐다가, 영국으로 건너가 지난 12일부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생가인 블레넘궁에 전시되고 있다. 그런데 전시 이틀 만에 누가 훔쳐가 버렸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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