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을 낼 때 참깨를 써야 할 곳과 들깨를 써야 할 곳이 따로 있다. 각각은 같은 듯 다르다. 자녀교육 역시 학교와 가정은 각각의 그 역할이 다르다. 교육학자 세르스키의 조사에 의하면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에서 67.2%는 부모라고 답한 반면, 17.1%만이 학교라고 답했다. 독일에서의 연구인데, 이는 비단 독일뿐 아니라 부모의 교육권을 높이 인정하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그렇다.

학교는 'instruct'(인스트락트·남을 가르치다)이고, 가정은 'educare'(에듀케이트·훈육하다)이라는 교육분담이 뚜렷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를 오래 잡아두지 못한다. 학교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정교육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학부모의 항의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오래 머물기를 원하는 우리와 다른 점이다.

가정의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자식교육을 집안으로 끌어 들인다. 그에 비해 우리의 자녀교육은 밖으로 내보낸다. 어린이집을 갈 때부터 가정에서의 지도를 포기한다. 아이는 가정 밖에서 배우라고 어린이집이나 학원에서 보내주는 차에 태우면 교육이 다 된 것으로 착각한다. 심지어 부모로서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긴다. 비싼 과외를 시키면 시킬수록 잘하는 부모인 것 같지만 기실은 스스로 자식에게 지는 부모가 되어가는 길이다.

이런 부모일수록 자녀가 기대에 충족 못하거나 부모에게 대들거나 심각한 대립관계에 이르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섭섭해 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은 가정교육의 실종이 가져온 결과다.

프랑스에서 살다가 온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그들의 가정교육은 아이들이 부모의 뜻에 순종하고 따르도록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는 개성이 없다고 본다. 부모와 의견이 달라도 그걸 당연시하지 부모의 권위로 꾸짖거나 억압하지는 않는다. 우리와 다른 세상을 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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