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년 윤앤김내과 원장
김창년 윤앤김내과 원장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는 속담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 인체는 참으로 신비스럽다. 시키지않아도 일을 척척 해낸다.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들고 또 대변으로 만들어 배설을 시킨다. 컴퓨터처럼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한다. 이런 일을 담당하는 것이 '자율신경계'다. 자율적으로 일을 한다는 뜻이다. 자율신경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퍼져서 모든 신체 활동을 관장한다. 이런 자율 신경의 기능 이상을 사람이 가장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장기가 위와 장이다.

누구나 급하게 먹으면 얹히기 마련이다. '얹힌다'라는 말은 사실 의학용어는 아니다. 외국인에게 이 단어를 설명하기란 매우 곤혹스럽다. 어떤 의학 서적에서도 이와 비슷한 뜻의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누구나 한번 쯤은 느껴본 증상인데도 말이다.

위란 장기는 무척이나 예민해서 자기가 일을 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면 탈이 난다. 하루에 10개밖에 소화를 못시키는 위장에 20개를 밀어넣으면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율신경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한 양의 음식, 적당한 간격의 식사시간, 술을 비롯한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의 섭취 그리고 위장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먹는 것, 이것이 늘 소화 불량이나 위통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치료법이다.

그러면 장은 어떨까? 환자들중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것이 장과 관련된 증상이다. '술만 먹으면 다음날 배 아프고 설사해요' '배 아프다가 화장실 다녀오면 배가 안아파요' '변이 늘 묽어요' 모두 과민성 장증후군의 주증상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말 그대로 장 기능이 비정상적이라는 뜻이다. 장기능이 너무 예민하면 설사가 주증상이 되고 너무 둔하면 변비가 주증상이 된다. 이런 과정에는 여지없이 자율신경이 관여한다.

큰 발표를 앞두면 꼭 화장실에 가서 설사를 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시험기간만 되면 배 아프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이 모두 꾀병일까? 꾀병이 아니다. 갑작스런 스트레스에 의해 장으로 가는 자율신경이 마구 요동을 치는 탓이다. 이런 경우는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통증은 바로 없어진다.

그럼 이걸 완전히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애석하게도 없다. 외부의 위기에 대응하는 신체의 방어 기전중 하나로 앞서 말했듯이 자율 신경은 내맘대로 어떻게 해볼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약을 먹으면 어떨까? 불편감을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니다.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대장 내시경 검사를 많이 시행한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대장암 사망률이 많이 줄었고 암 전단계인 용종을 발견해서 제거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그러면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들의 대장 내시경 소견은 어떨까? 정상이다. 정상이라고 해도 너무 정상이다. 환자는 허탈해한다. 난 이렇게 불편한데 내시경이 정상이라니. 그건 앞서 말했듯이 장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불편감 들은 장 기능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늘 불편감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을 할 것인가?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가는 의사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환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될 부분도 있다. 술을 늘 마시는 남자들이 다음날 대변을 무르게 여러차례 보는 것은 술을 먹는 이상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술과 기름진 음식이 주된 악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채식 위주의 식사 역시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해결책이 너무 고리타분 하다고 생각한다면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사는 것이다. 그대로 둬서 몸에 큰 탈이 날 경우는 별로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진짜 배가 아플까?  아플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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