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도 '어머니 은혜' 노래에 눈물 흘립니다"
"치매에도 '어머니 은혜' 노래에 눈물 흘립니다"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9.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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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맞아 도지사 효행상 받은 김영옥씨

"정신이 온전치 못한 치매어르신이라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어머님 은혜 노래를 들려드리면 눈물부터 흘립니다. 같이 부둥켜안고 울기도 하고 정 깊은 대화로 어르신들을 위로하기도 하지요. 그래도 어르신들은 자식이나 가족들도 같이 왔는지 두리번거리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충분히 이해하고,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어디 가족만큼 하겠습니까?"

제47회 어버이날을 맞아 경남 도지사로부터 효행상을 수상한 김영옥(60)씨는 하루 24시간이 무척 짧다. 10여년째 맡고 있는 통장직 수행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봉사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녀를 두고 이웃들은 봉사하는 사람, 봉사하는 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업주부로서 출근해야 할 직장은 없지만 매일같이 아침에 집을 나서 저녁에야 귀가한다. 그러기에 가족들에게 제때 식사조차 챙겨주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두 아들과 남편은 투정 한 번 없이 그녀를 응원한다.

돈 되는 일도 아니지만 봉사의 필요성과 즐거움을 가족 모두가 알고 있기에 그녀의 바깥일을 내조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자식들은 김치에 식은밥을 먹어도 별다른 미안한감이 없는데 불우한 이웃들이 그러면 왠지 마음이 짠해져 이것저것 챙겨 찾아가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그녀다.

10여년째 통장직을 맡고 있는 그녀는 현재 고현동 이통장협의회 총무에다 아동여성인권지킴이단 부회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활동도 이들 단체 회원들과 함께 이뤄진다. 그녀가 하는 봉사는 맡은 직책만큼이나 다양하다. 보살핌이 필요한 이웃이 불러주면 어디든 달려가 그들을 위로한다.

요양원인 정원(거제면 옥산리 소재)은 9년째 매월 1~2회 이상 찾아간다. 생일상을 차려드리고 청소·식사·목욕봉사는 물론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며 친구이자 자식이자 보호자가 된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85개의 카네이션을 준비해 어르신들 가슴에 달아드릴 예정이다.

지역 경로당도 그녀가 찾는 주요시설이다. 어르신들은 여름이면 수박화채를 좋아하고 할머니들은 네일아트도 즐겨한단다.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도 경로당이나 요양원 신세를 져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르신들이 남 같지 않아 더 잘해드리고 싶다는 그녀는 "아무리 잘해드려도 어르신들은 자식들을 더 기다리고 그리워한다"면서 "바쁜 일상이지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을 더 자주 찾아뵙고 정을 나눴으면 한다"고 했다.

조손가정 청소년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도 보낸다. 초경을 맞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고민하는 청소년(현재 7명)에게는 동행 봉사자들과 함께 1년동안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가족사진이 없어 학교에 사진을 가져가지 못하는 장애인가족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가족 모두를 사진관으로 모셔 촬영해 가족사진을 선물한다.

최근에는 노령이 아닌 50~64세 중장년 독거세대 실태조사를 벌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 지원하기도 하고 해결방안을 가르치기도 한다. 식재료가 부족하면 쌀과 반찬을 지원하고,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면 긴급지원방법 등을 알려주며, 공공근로 등 취업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동굴에 갇히다시피한 그들을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내려 노력한다.

물론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하지만 한마디로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는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 대신 그녀는 봉사도 끝이 없고 하면 할수록 해야 할 봉사가 많아진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봉사는 늘 자신과 상대방을 웃게 만들고 행복감을 주며 엔돌핀을 돌게 만들어 보람을 느끼게 한다며 봉사예찬론을 펼친다.

그녀가 이런 봉사활동을 시작한 때는 10년전. 병수발 들던 연로한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2014부터다. 작고한 시어머니처럼 우리 주위에는 따뜻한 이웃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찾아가는 봉사가 지금까지 10여년 계속됐고, 도지사 효행상이라는 큰 상까지 덤으로 받게 됐다.

"남 앞에서 말도 잘 꺼내지 못하는 성격인데,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봉사를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상까지 받게 돼 쑥스럽다"는 그녀는 "일에도 이력이 붙듯이 봉사도 하면할수록 해야 할 봉사가 많아지고 일도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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