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여자가 있었다. 죽은 신랑과 결혼하러 갈 때 꽃가마 대신 타는 것이 흰 가마다. 시집가서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처녀과부로 열녀가 되기를 강요받는다. 집안에 열녀가 나면 노역·군역·공세를 면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녀과부는 얼굴도 모르는 신랑의 무덤 앞에 가서 밤낮으로 슬피 울며 통곡해야 했다.

어느 날 밤, 갑자기 무덤이 갈라지면서 울고 있는 처녀과부를 무덤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옆에 있던 하녀가 놀라 처녀과부의 저고리 섶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때 저고리 섶이 세모꼴로 찢어지더니 찢긴 옷섶이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나비전설이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이때 찢어진 옷섶을 '접포(蝶布)'라 한다.

이 접포가 시집에서 소박맞고 쫓겨난 여인에게는 다시 혼인할 수 있는 증표가 된다. 여자의 경제활동이 제한되어 혼자서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라, 친정으로도 가지 못하는 여인은 살길이 막막하다. 남편은 쫓겨나는 여인의 앞 옷섶을 나비모양의 세모꼴로 찢어준다.

여인은 이불호청을 등에 지고 다음날 새벽 성황당 앞에 서 있다가 맨 처음 이곳을 지나는 남자에게 이 증표를 보이면, 남자는 신분에 관계없이 이불호청에 보쌈해서 데리고 가 거두어 준다. 남자가 총각이면 처가 되고, 기혼자면 첩이 된다. 여자가 귀했던 함경도 지방에서 채집된 풍습이다.

일제강점기 때, 기방의 풍경 가운데 간혹 앞섶에 노란나비를 수놓은 저고리를 입은 기녀가 있었다. 이 표식은 '나는 기둥서방이 없다'는 표식이며 이런 여자의 머리를 올려주려면 꽤 많은 꽃값을 지불해야 했다. 접포의 모방이다.

지난 26일부터 전남 함평군에서는 나비축제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을 무려 4년 연속 받은 우리나라 대표 축제이다. 수입만 10억이 넘고, 경제적 간접효과는 200억이 넘는다. 함평이라고 해서 특별히 나비와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성공한 축제로 만든 그들의 아이디어를 거제관광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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