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앞둔 거제경찰서 생활안전과 원준희 경정

흔히들 경찰이라면 딱딱하고 인상을 팍팍 쓰며 강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거제경찰서 생활안전과 원준희 과장(경정)은 이런 판에 박힌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편안하고 사람 좋은 이웃집 미남 아저씨마냥 민원인을 대하고 업무를 처리한다.

경찰서 생활안전과장실에서 만난 원 과장은 말쑥한 경찰제복 차림에 먼저 너털웃음부터 짓는다. 책상에는 각종 교양서적과 업무관련 책들이 한가득 쌓여 있다. 시간만 나면 짬짬이 독서를 즐기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이제 경찰복을 벗으면 독서도 더 많이 하고 취미활동과 봉사활동도 더 자주 다닐 수 있겠다"고 말문을 꺼낸 원 과장은 "퇴직을 해도 한번 경찰은 영원한 경찰"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말 퇴직을 앞두고 있는 원 과장은 "35년 경찰생활 동안 아쉬운점이 왜 없겠냐마는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경찰관으로써 거제시민의 즐거움과 아픔을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가 경찰이 된 계기는 수도경비사령부에서 근무한 군 생활 때문이다. 청와대가 지척인 경복궁 30경비단에서 제대하고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중 청와대 경비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시험에 합격하면서부터다. 84년 당시 청와대에 근무해야하는 특수성 때문에 신원조회와 신체조건 등 각종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당당히 합격했다.

청와대에서는 7년여 근무했다. 동부면 산양리가 고향인 그는 1997년 부친이 작고하자 홀로 계실 모친을 모시기 위해 서울 생활을 접고 거제로 내려왔다. 갑자기 고향으로 가자는 말에 아내는 반대도 했으나 설득한 결과 흔쾌히 허락했다. 5남1녀 중 넷째지만 부모 봉양을 위해 거제행을 선택하고 지금껏 모친과 자신을 뒷바라지 해 준 아내가 무척 고맙다고 애정을 표시했다. 93세의 노령인 모친이 아직까지 성경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내 덕이 크다고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거제경찰서에 내려온지도 23년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계급도 경사에서 경위, 경감, 경정으로 진급하고 이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는 별다른 탈 없이 정년으로 퇴직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주위 여러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항상 얘기한다. 늘 틀에 박힌 딱딱한 이미지보다 부드러우면서 정확함을 추구하는 업무스타일이 후배 경찰관들에게도 단연 인기가 높다. 마당발답게 찾아오는 민원인들도 대부분 '행님, 동숭'으로 칭하며 고향 거제의 정을 나눈다.

"업무의 특성상 민원인에게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을 수 없지만 그래도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 대부분 수긍하고 이해하는 편이다"면서 "시민의식이 깨어 있는 만큼 그에 걸맞게 경찰의 수준도 업그레이드 돼야 하고, 편안하고 친근하며 해박한 지식을 갖춘 경찰상 정립도 필요하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경찰인생 30여년을 마무리하는 그는 이제 인생2막을 준비하며 더욱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친다. 고향의 촌집을 리모델링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중이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 미뤄왔던 취미활동을 원대로 하고 봉사활동도 제대로 하며 자신만의 일도 찾겠다는 생각이다.

'색소폰 연주하는 경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의 취미활동은 색소폰 연주다. 봉사활동도 색소폰 연주로 시작된다. 그가 색소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3년 전. 평소 색소폰 연주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그는 2006년 창원 출장을 다녀오다 일을 저질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악기상 앞에 차를 세우고 무작정 색소폰을 구입했다. 아무런 지식도 없었지만 색소폰이 갖고 싶고 연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색소폰을 사고 색소폰동우회에 가입해 배우면서 재미를 붙여왔다. 이젠 연주솜씨도 수준급에 이르러 동우회원들과 봉사활동을 다니며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주말이나 쉬는 날이면 애광원이나 거제사랑의 집 등 복지시설을 찾아 색소폰을 연주하고, 청마문학제 등 거제시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서도 솜씨를 발휘하며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항상 거제시민들의 안전을 바라고 후배 경찰관들을 응원한다"는 말로 퇴직의 아쉬움을 드러내는 그는 이제 30여년의 경찰제복을 뒷전으로 색소폰과 또 다른 인생을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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