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다대교회 목사

봄이 왔습니다. 겨우내 기다리던 봄이 활짝 핀 개나리와 진달래 꽃과 함께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여기저기 파아란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온갖 식물들이 자기를 자랑하려고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봄을 맞으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저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당에 나가 밭을 일구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장에 가서 쑥갓·깻잎·고추·가지·오이 등의 모종을 사와서 심고, 상추씨를 뿌리기만 하면 올해도 소소한 반찬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학동고개를 지나오는데 만개한 벚꽃들이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모습이 마치 손을 흔들며 나를 환영해 주는 것 같아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나도 모르게 절로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봄 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나는 이 가곡을 개사해서 차 안에서 나 혼자 큰소리로 다시 불렀습니다. '하나님 저기 오시네. 새 풀옷을 입고 오시네… 벚꽃다발 가슴에 안고 우릴 찾아 오시네요'라고.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봄의 현상은 4계절을 내신 조물주 하나님의 은총이니까요.

여러분! 온 누리에 충만한 생명 기운이 세상만물의 소생(蘇生)을 재촉하고 있어서 그런지 세상만물이 저마다 봄맞이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네요. 따사로운 햇볕과 생명의 봄바람으로 여기저기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천태만상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면서 창조주의 영광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한지 말로나 글로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겨우내 혹심한 추위에 꽁꽁 얼어붙고, 그 기세에 눌려 위축되고 움추리며 살았던 그 둥지를 떨쳐버리고 밖으로 나오십시오. 따스한 새봄을 맞으십시오.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있으면 아무리 봄이 와도 봄은 나와 상관이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옛날에 봄이 되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집집마다 부쳤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 사자성어는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뜻인데, 이 글을 아무리 크게 써 부쳐놓아도 봄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봄은 봄을 맞이하고 누리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니까요. 

때를 따라 계절의 봄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것 같은데, 아직도 꽁꽁 얼어붙은 겨울같은 여러 가지 현실 문제들이 우리들의 오는 봄을 가로 막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 첫 번째가 잘 진척되고 있던 남북관계가 북미회담의 결렬로 인해 다시 경색되는 것 같아 봄이 무색해졌고요, 두 번째로 대우조선의 현대중공업 합병건이 거제의 봄을 앗아갈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세번째로 우리 사회 전체를 뿌리 채 흔들고 있는 만연된 불의함과 성적타락과 같은 부도덕함이며, 네 번째로 급격한 고령화와 출산율 최저로 인한 인구감소 등이 우리 사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네요.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두고 위기라고 너무나 쉽게 말합니다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사 어느 때든 어느 시대든 문제없고 위기가 없었던 때가 한 번도 없었을테니까 말입니다.

큰 나무에 바람 잘날 없는 것 당연한 것이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읊었던 서정주 시인의 시처럼 국화꽃 한 송이를 피우는데도 많은 시련이 있거늘, 이 큰 대한민국 호가 나아가는 길에 크고 작은 파도가 없겠느냐 그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만년 역사 가운데 우리 조상들은 그때그때마다 슬기롭게 잘 대처해 나아와 여기에 이르렀기에 앞으로도 잘 헤쳐 나아갈 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극성을 부릴지라도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니, 그 때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전진해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

봄이 왔습니다. 봄과 함께 오신 하나님의 생명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새로운 희망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이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습니다.

봄비도 맞고, 봄의 향기로운 꽃 냄새도 맡고, 따스한 햇볕도 쪼이시면서 봄맞이하러 나가 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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