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은 세레네(Selene)다. 그녀는 넓은 바다 오케아노스에서 아름다운 몸을 씻고, 빛나고 으리으리한 옷을 입고, 여러 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하늘에 오른다. 그때 머리에 쓴 황금의 관이 캄캄한 밤 세계를 밝게 비춰준다.

세레네와 미청년 엔디미온과의 연애는 너무나 유명한 신화다. 엔디미온 왕자가 사냥을 나갔다가 피곤하여 어느 서늘한 동굴에서 잠이 들었는데 때마침 세레네 여신이 하늘에서 이를 보고 있다가 이 청년에게 반하여 동굴로 찾아온다. 그리고 잠든 청년의 뺨에 몰래 키스를 한다. 세레네는 청년과 영원한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제우스신에게 엔디미온이 젊음을 가진 채 영원히 죽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제우스신은 엔디미온을 영원히 잠들어 있게 만든다. 세레네는 밤마다 이 동굴에 찾아와 잠든 엔디미온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뺨에 키스를 한다. 이 신화는 많은 그림이나 조각 그리고 시(詩)의 소재가 되었다.

유려한 문체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저자 전혜린(田惠麟)은 지독히 달을 사랑한 수필가였다. 그는 수필에서 '오늘 나는 종일 이상스런 기분과 괴로움의 이유를 지금에야 알았다. 마당에 나가보고, 열나흘 달이 차 있었다. 교교하다. 만월 때 내게 오는 달병' 지독한 달병을 앓았던 그녀는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자살하고 만다.

경기도 일산에서는 세계최초로 달 표면을 그대로 구현하는 인공달을 제작하고 있다. 지상에서 달의 표면 환경을 경험할 실험 장치로 높이 5m의 금속 구조물 안에 달의 온도·압력·토양까지 그대로 재현한다. 중국에서는 2020년까지 '인공 달'을 지구 궤도에 띄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 인공 달 보유 국가가 된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1990년대 처음으로 인공 달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노르웨이 등에서 인공 달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

계수나무 아래서 항아(姮娥)가 방아를 찧고 있다는 환상과 낭만이 깨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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