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사랑하지만 씨름과 결혼했단 말 싫어"
"씨름 사랑하지만 씨름과 결혼했단 말 싫어"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9.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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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청여자씨름단 감독 윤경호 천하장사

1996년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호주장사씨름대회'에서 이변을 연출하며 천사장사에 우뚝 섰던 새내기 씨름선수 윤경호. 당시 경남대 4학년이었던 윤경호는 프로무대에 뛰어든 첫해에 백승일과 김정필 등 강력한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물리치며 드라마 같은 천하장사 타이틀을 획득했고, 이후 2000년대 국내 씨름판을 호령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 거제시청여자씨름단 감독으로 모래판을 누비고 있다. 2017년 창단과 함께 거제시청씨름단 감독직을 맡았고, 창단 첫해부터 전국대회에서 천하장사를 배출하며 또 다른 드라마를 연출했다. 외인구단처럼 씨름선수가 아닌 유도와 역도선수 출신들을 영입해 다듬고 가르친 결과 천하장사는 물론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있다.

이 같이 창단 3년째인 거제시청씨름단이 여자씨름 최강팀으로 우뚝 선 데는 윤 감독의 헌신적인 열정과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팀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다그치면서 가족 같은 씨름단을 꾸려가고 있다. 씨름 불모지 거제에서 이젠 최강의 여자씨름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9~25일 통영시에서 열리는 전국회장기씨름대회 출전을 앞두고 훈련에 여념 없는 윤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되뇌며 채근하고 또 다독인다.

2018년 추석장사 이다현, 2019년 설날장사 한유란, 씨름단 주장 조아현, 막내 서민희 선수 등 4명이 윤 감독의 보배들이다. 기량도 최상위급이다. 전국의 씨름단에서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 요청이 쇄도하지만 감독과 선수들의 끈끈한 의리(?)와 정으로 뭉쳐 거제시청씨름단을 이끌며 거제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씨름판에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즐거워하고 기량을 익히는 순간에는 집중력 있게 진지한 모습으로 열심히 임하는 자세들이 무척 대견스럽다며 이러한 자세가 좋은 성과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의 하루일과는 선수들과 모래판에 꽂혀 있다. 인성을 바탕으로 한 씨름 기술전수에서부터 훈련일정까지 선수들과 함께하고, 운전기사에서부터 부모나 친구 또는 상담사 역할까지 도맡으며 최고의 선수들이 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한다. 몸에 익은 성실함과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에서 '정말 씨름을 사랑하고 선수들을 챙기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화려했던 천사장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저씨 차림의 덩치 큰 씨름감독만이 그려질 뿐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는 윤 감독. "씨름과 결혼했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는 그는 "어떤 일에 빠지면 그 일에만 올인하는 성격 탓에 시기를 놓쳤을 뿐이지 결혼을 일부러 안하거나 못한 건 아니고 굳이 꼭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고 변명처럼 늘어놨다.

이어 "현재는 씨름에 빠져 있고 씨름을 사랑하니 씨름에만 집중하겠다"면서 "거제시청씨름단을 지원하고 성원해 준 거제시와 시민과 잘 따라 준 선수들이 고맙고 앞으로도 고향 거제의 씨름발전을 위해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성원에 보답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또 시청 소속 씨름단으로써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거제시 홍보사절 역할도 마다않고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JTBC 주말예능 프로그램인 요즘애들(출연진: 유재석·안정환·김신영·황광희·김하온 등) 촬영에 응해 출연진들과 거제시청씨름단 선수들이 씨름대결을 벌이는 모습 등을 영상에 담아 방영을 앞두고 있다.

안타까운 점도 털어놨다. 기존 5명이던 선수단이 4명으로 줄어듦에 따라 5명이 출전해야 하는 단체전 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천하장사였던 정지원 선수가 지난 연말 콜핑씨름단으로 이적함에 따라 선수단이 4명으로 줄어 올해는 단체전 출전이 불가능하다. 윤 감독은 우리 선수 모두 정상급 선수여서 단체전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선수부족으로 출전 자격조차 없어 아쉽다고 했다. 시의 지원을 당부하고 싶지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감안하면 무작정 요구만 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애로도 토로했다.

하지만 어떠한 역경도 모래판에만 서면 이겨낸다는 윤 감독, 천하장사로 모래판을 누볐던 그가 이제 감독으로 돌아와 거제 여자씨름단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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