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김수영 거제다대교회 목사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19년 3월1일은 일제 강점기 동안 혹독한 탄압에 숨죽여 살던 우리 국민들이 한일합병조약의 무효와 대한민국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일제에 항거했던 3·1만세운동(三一萬歲運動)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날이다.

이 3.1만세운동은 1917년 러시아혁명이 성공하고,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미국 윌슨 대통령이 각 민족의 운명은 그 민족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는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선포하므로, 이에 고무된 토쿄 재일 유학생들이 1919년 2월8일 재일본 한국기독교청년회관(YMCA)에 모여 한국 독립선언을 하게 됐다. 그것이 불씨가 돼 국내에서도 종교단체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계획했다.

그러던 중 1919년 1월22일 고종이 갑자기 서거하자 일본사람이 독살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민족의 분노가 최고조에 다다라 종교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고종의 장례일(3.3)에 맞춰 거사를 계획하게 됐다.

천도교 손병희를 중심한 15명과 기독교 이승훈 장로를 중심한 16명, 불교계 한용운을 비롯한 2명이 참여해 민족대표 33인을 구성하고, 최남선이 기초한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후 인쇄해 그 당시에 전국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전국 교회 조직과 천도교당을 통해 전국에 배포했다. 이후 3월1일에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며 독립을 선포하게 되는데 이게 촉매제가 돼 전국적으로 거족적인 항일운동이 전개됐던 것이다.    

이에 당황한 일본은 총칼을 앞세우고 폭력으로 너무나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비폭력 시위대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천안 아오내장터 시위에서 20명이 사살되고, 화성 제암리교회의 집단 학살로 28명이 사살되는 등 전국적으로 7500여명이 살해되고, 4만6000여명이 붙잡혀 감옥에 갔다. 또 1만6000여명이 부상을 당하고 가옥과 교회가 불타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됐다.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우리 민족지도자들은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독립운동을 추진하고자 1919년 4월11일에 상해 임시정부를 세웠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3.1 운동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역사적 기원이자, 현대사의 출발이며 우리나라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한 획을 긋는 굉장한 의미있는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3.1만세운동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혼이 살아 있음을 온 세상에 선포했던 날이요, 일본의 야만적 식민통치와 포악한 민족 말살 정책에도 굴하지 않는 우리 민족의 저력을 일제에게 보여준 엄숙한 날이다. 불의한 세력에 맞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분연코 일어섰던 온 민족 일체의 비폭력 민족해방운동으로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요, 우리 민족사를 세계사에 우뚝 세운 날로써, 그 시대에 식민지로 살던 세계의 많은 약소국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필자는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로 살면서 엄청난 고통을 받고 살 때에 그 당시 교회와 깨어있던 기독교인들이 시대를 외면하지 아니하고 역사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나라를 위해 싸우면서, 이스라엘 출애굽의 역사를 한국의 현대사에 재현한 것 같아 자랑스럽다. 또한 나라 잃고 절망하며 살았던 암흑의 시대에 민족구원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했던 신앙운동인 것 같아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뿌듯하게 생각한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우렁찬 함성은 단순히 이민족의 압박에 대한 항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준 자유를 탄압하는 악의 세력(일본)에 맞서 싸웠던 빛의 자녀들이 하나님의 구원을 요청하는 기도의 함성이었다. 이 기도의 함성을 듣고 우리 민족을 해방시켜준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

100년 전 나라를 되찾기 위해 수많은 선조들이 무자비한 일제의 총칼 앞에서 죽음으로 저항했던 바로 그날, 그 엄숙하고 신성한 독립운동인 3.1절을 맞으며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너무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다. 

지난날 일제 때 창씨개명을 앞장서 선전했던 춘원 이광수, 조선인 학도들에게 학병 나가라고 권유했던 육당 최남선, '조선어 전폐론'을 주장했던 현영섭, '일본인이 되지 못하면 죽음을 달라'던 이영근, 간도특설대의 일본군으로 광복군을 토벌하며 일제에 부역하며 호의호식 했던 김백일 같은 수도 없는 반민족 친일 세력들을 단죄했어야 한다. 이들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결과 그 세력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주류세력으로 포진해 나라의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한 것 같아 참으로 걱정스럽다.

선조들이 피의 대가로 되찾은 이 나라가 아직도 남·북으로 나눠져 서로 반목질시하고 있으니 어찌 선조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있단 말인가? 그뿐인가? 우리 사회를 보면 부정과 불의가 판을 치고 있으며, 성범죄가 만연한 부도덕한 사회, 양심을 따라 사는 자가 바보 취급 당하는 그런 사회로 전락한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현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남북이 화해하고 평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제2의 민족 독립운동을 일으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의가 무너지고 윤리적 가치가 절대결여 되어 있는 사회는 언젠가 망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오, 하나님! 이 민족을 불쌍히 여겨주셔서, 정의로운 나라, 도덕적인 나라가 건설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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