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대우조선 노조와 뜻 함께 지역협의체 구성
대우조선 노조, 18~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27일 전 조합원 상경투쟁
정성립 사장 사의표명에 '무책임하다' 질타도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다. 내달 초 본 계약을 체결하면 대우조선해양이 20년 만에 민영화된다.

산업은행(이하 산은)은 최근 삼성중공업에 대우조선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삼성중공업이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앞서 산은은 대우조선 대주주로서 '민간 주인'을 찾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M&A)을 위한 조건부 계약을 체결한 후 삼성중공업에도 의사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후보자로 확정됐다. 산은은 현대중공업과의 본 계약 체결을 위한 이사회 등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내달 초 예정된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현장실사를 거친 후 본 계약이 체결된다. 이어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을 계열사로 두는 중간지주사 형태의 '조선통합법인'이 출범한다.

산은은 통합법인에 대우조선 지분 56%를 현물 출자한다. 산은은 상장될 법인 지분 7%와 우선주 1조2500억원을 받아 2대 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은 통합 법인에 물적 분할로 1조2500억원을 지원하고,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2500억원을 추가한다. 이 돈은 대우조선 차입금 상환에 쓰이게 될 예정이다.

대우조선 매각 철회 범시민대책위 구성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절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대우조선 노동조합과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정당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와 시민·사회단체·정당 관계자 등은 지난 14일 '원팀'을 구성해 대우조선 매각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범시민대책위 명칭을 '밀실 야합 대우조선 현대중공업에 매각 철회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로 정했다. 이광재 거제경실련 집행위원장과 김종호 대우조선지회 비정규대외협력실장이 범대위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앞으로 범대위는 참여 단체 등을 확정하고,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 방향 등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힐 계획이다. 범대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매각은 고용 불안과 지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일방적인 인수절차는 결국 지역시민에게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범시민대책위는 앞으로 거제시민과 대우조선 구성원, 경남지역 상공인들의 목소리를 함께 모아내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범대위 활동과는 별개로 대우조선지회는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18~19일 진행하고 가결되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해 대응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신상기 지회장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 이후 오는 27일 전 조합원 상경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상선건조·해양플랜트·특수선 부문이 겹친다. 영업·설계·연구개발·사업관리 같은 비생산 간접부서 인력들은 구조조정 불안을 심각하게 느낀다.

지회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간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 거제지역경제와 대우 가족들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은 기자재를 대부분 자회사에서 충당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거제·경남·부산 중소업체에서 납품받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자칫 중소 조선기자재 납품업체 줄도산으로 이어져 대량실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을 반대하며 지난 12일부터 산업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지난 14일 산은에 사의 표명

지난 14일 조선업계 및 산은에 따르면 정성립 사장이 최근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산은 경영관리위원회에 전달했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2021년 5월까지 임기가 연장돼 임기 만료까지 2년 이상 남아 있다. 정 사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은 현대중공업을 통한 대우조선 민영화가 현실화하면서 본인 소임을 다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지회 관계자는 "3개월 전부터 밀실야합의 핵심인물인 정 사장이 먼저 발을 빼는 것 자체가 현대중공업 인수가 상당하게 진행됐음을 보인 격"이라며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기업결합심사 통과 가능성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 지으려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유럽연합·미국 등 주요 시장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인한 시장집중도 변화, 진입 용이성 등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을 분석, 신고 후 최장 120일 안에 결정을 내리게 된다. 2016년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심사를 약 8개월 정도 끌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한 바 있다.

초대형 조선소 탄생으로 인한 경쟁국의 견제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전세계 1~2위 조선업체인데다 인수가 완료되면 시장점유율(수주 잔량 기준)이 21.2%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결정이 주목된다. 지난해 8월 미국 퀄컴은 네덜란드의 NXP반도체를 인수하려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인수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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