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내인데도 밤은 너무 깜깜하다. 부산시내 있다가 거제에 오니 어디 저 시골에 온 기분이다."

부산에서 온 형의 한마디에 차장밖으로 펼쳐지는 밤 시가지를 다시 훑어보는 강찬호(41·상문동)씨다.

연말을 맞아 부산에서 막차로 놀러 오는 형을 고현 시외버스터미널로 마중갔다가 야경도 구경시킬 겸해서 장평을 거쳐 거제시청 앞으로 차를 몰았다.

장평 디큐브백화점 앞과 거제시청 길목인 고현동 신촌삼거리 분수대 앞은 몇 개의 가로등 불빛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거제시청 정문 앞에는 반짝거리는 화려한 색색등으로 장식되어 있어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포로수용소에 잠깐 들렀다가 가자고 해 밤에 보는 포로수용소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해서 발길을 옮겼다. 차를 주차하면서부터 확 다가서는 어둠외에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를 정도로 깜깜하기만 했다. 할 수 없이 핸드폰으로 불을 밝혀 희미한 길을 따라 유적지 여기저기를 수박겉핥기 식으로 더듬으면서 한바퀴 휘둘러보았다.

"저녁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지만 주요 관광지인데 너무 하는 거 아니냐" 면서 "거제하면 포로수용소가 그래도 가장 큰 관광지인데, 바닥에 조명시설을 설치해서 밤에도 유적지 곳곳을 아름답게 알려 주는게 맞지 않나, 참으로 답답하다"며 형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D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하트·폭포·각종 동물 등을 표현한 색색등을 보면서 "아파트보다 거제시내가 더 가난한 밤이구나. 낮에만 관광객들이 오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밤에도 도시디자인은 꼭 필요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음날은 지심도 동백섬을 구경하고 장승포수변공원의 야간조명을 보기 위해 저녁을 먹고 찻집 이층에 자리했다. 지난 8월부터 노랑·하양·파랑의 삼색조명의 동백꽃이 수변공원 바닥과 장승포여객선터미널·수협 외벽에 아름답게 색색으로 피어난다는 보도를 보고 내심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찾아간 그날은 밤이 이슥하도록 아무런 조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휑한 바닷바람을 맞고 외롭게 서 있는 가로등외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아쉬워하는 형에게 "오늘만 조명을 꺼 놓은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와서 동백꽃 조명이 밝혀진 야간 풍광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겠노라"는 약속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대우조선소의 야간 풍경을 보고 옥포시내를 돌아 고현시외버스터미널로 차를 몰면서 "거제경기가 안 좋다고 하더니 낮에는 그런대로 사람 사는 것 같더니 밤이 되니 유령도시 같다"면서 "팍팍한 살림살이지만 연말연시에는 도시 곳곳 조형물에 따뜻한 색조명이라도 설치해주면 힘이 나지 않을까"라고 형은 충고를 했다.

야간조명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다시 찾는 도시는 많다. 캄캄한 어둠을 은은하고 화려한 감성적인 빛으로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유적지도 많다. 거제 도심지는 어두워도 너무 어둡다. 시내 곳곳에 버려지다시피 외면당하는 조형물들에게 빛을 입혀 밤마저 아름다운 관광 거제의 도심지로 탈바꿈시켜 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