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홍 거제바른이치과 원장

"손!"
아이엄마의 큰 소리에 깜짝 놀란 아이가 입에 손을 넣지도 빼지도 못한 채로 난처하게 엄마를 바라봅니다. 엄마나 주변 어른들이 보기에는 손가락 하나 안 빠는 것 정도는 아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지만 생각보다 버릇이 잘 고쳐지지 않아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손가락 빨기는 습관이자 본능입니다. 손가락을 빠는 것은 아이의 발달상 정상적인 과정이며 야단맞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생후 5~6개월까지의 아기는 빠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부분 손가락을 빱니다. 0~1세 아동의 93%가 손가락을 빤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손가락이나 사물을 빨아 심리적 위안을 얻기도 하고 손가락 빨기에 집중함으로써 본인이 원치 않는 외부의 자극을 차단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생후 24개월 이전의 아이가 손가락을 빠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위생 상의 이유가 걱정되는 경우는 공갈 젖꼭지나 치발기 등을 이용해 빠는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공갈젖꼭지 사용도 가급적 24개월을 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손가락 빨기 습관이 만 5세 이후까지 지속되면 치열과 얼굴 골격에 영구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만 5세 이전에만 습관이 중단되면 의학적인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만 4세까지는 아이가 손가락을 빤다고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생후 24개월부터는 아이와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며 어느 정도의 이해를 시키는 것이 가능하므로 서서히 습관 조절에 신경을 써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손가락 또는 손톱에 쓴 약을 바르거나 손이나 팔꿈치에 장착하는 구속구 등을 사용하는 방법을 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음주나 흡연을 습관적으로 하는 성인에게 주변인들이 강제로 약물을 주입해 치료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엄청난 인권 침해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아직 미성숙하고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존중이 필요한 작은 사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은 아이 스스로 개선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야 조절이 됩니다. 따라서 습관 조절의 첫 단추는 대화를 통한 설득입니다.

"손가락을 빨면 네가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겠지만 계속 빨면 이가 엉망으로 변하고 얼굴이 안 예뻐질 수 있다고 해. 그리고 손가락도 울통불퉁 못생기게 변할 수도 있고. 그러니 이제부터 손가락 빠는 것은 줄여보도록 하자"라는 식으로 아이에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부가적으로 아이들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친구들과 활발히 어울리는 아이들의 경우 손가락 빨기를 빨리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다만 손가락 빨기 습관이 만 5세를 넘어서도 지속이 되고 통제가 되지않는 경우에는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습관을 중단시키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만 6세부터는 영구치가 맹출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영구치 위 앞니가 앞으로 심하게 뻐드러지거나 개방교합이라 하여 위·아래 앞니가 덮이지 않고 벌어지는 교합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 위 턱뼈 자체가 전방으로 과도하게 발육돼 안모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또한 또래 아이들의 놀림으로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 6세 이후에도 손가락 빨기가 지속되고 집에서 하는 방법으로 개선이 어려운 경우는 교정전문 치과에 내원해 tongue crib 등을 제작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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