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종합사회복지관 실버합창단

▲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옥포종합사회복지관 실버합창단

매주 수·금 오전 12시부터 1시30분까지 옥포종합사회복지관 2층은 할머니들의 노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곱게 화장한 얼굴에 잘 정돈된 머리, 쌀쌀한 날씨 때문에 두른 스카프까지 놀라운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할머니들. 

그러나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보는 이마저 행복하게 만드는 입 모아 노래하는 고운 얼굴들이다.  비슷비슷한 연배, 도저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멋쟁이 실버들의 정체는 바로 옥포종합사회복지관 실버합창단(단장 지옥수·71).

지난 2004년 7월 창단한 실버합창단은 현재 25명의 단원이 홍영희 지휘자(장승포성당 지휘자)와 옥명자 반주자(칸파넬라 음악학원장)와 함께 노래를 배우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만끽하고 있다.

노래 소리로는 절대 ‘실버’라고 생각되지 않는 고운 목소리들. 여학교 음악실에서 울려 퍼지는 소녀들의 합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노래를 통해 소녀가 된 할머니들은 연습이 있는 날이면 가장 멋진 모습으로 달려와 노래의 즐거움에 빠진다.

“아무리 힘든 일 있어도 노래하면 다 잊어요. 노래하면 모든 게 즐거워져요.”

평균 나이 72세. 계속되는 반복과 연습에도 1·2주만 연습실에 나오지 않으면 배웠던 노래를 전부 까먹기 일쑤다. 노래 한곡을 완벽하게 익히려면 젊은이들보다 5~6배의 노력과 땀을 흘려야한다고 단원들은 입을 모았다.

홍영희 지휘자는 “악보를 볼 수 있는 단원이 전체의 1/4정도밖에 되지 않아 힘든 점이 있지만 2부 합창을 하나하나 소화해 내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정기연주회를 갖고 있는 실버합창단은 거제사랑의 집과 애광학교, 굿뉴스병원, 솔향, 통영 자생원, 통영노인전문병원 등을 찾아 공연을 통해 어려운 이들에게 빛과 희망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박순보(72) 사무장은 “지난해 통영구치소를 찾아 작은 음악회를 가졌을 때가 너무 기억에 남는다”면서 “‘오 사랑하는 친구 즐거웠던 날들’로 시작하는 이숙의 ‘우정’을 따라 부르는 그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실버합창단 최고령자인 백금봉(80) 할머니는 “처음 큰 무대에 설 때는 간이 두근두근하고 계속 화장실에 갔다 오는 등 긴장을 많이 했다”며 “지금은 노래는 물론 무대매너에도 자신감이 붙었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공연과 함께 떡국판매 등을 통해 마련한 성금과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 등 500여만원을 모아 동남아 지진피해 지역과 강원 양양 산불 피해지역, 태안 기름유출 지역 등지에 성금을 전달하는 노익장도 과시하고 있다.

지옥수 단장은 “나이가 들었다고 무의미한 생활을 하기보다는 노래를 부르며 정신적·육체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라면서 “올해는 기존 공연과 봉사활동 외에도 어려운 곳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버합창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 단장은 또 “행정의 금전적인 지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와 지휘·반주자 선생의 희생으로 합창단이 꾸려지고 있다”며 “거제시의 지원과 후원회 결성 등으로 합창단 활동이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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