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공익적 가치
농업의 공익적 가치
  • 김철수 시민리포터
  • 승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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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김철수 거제신문 서울지사장

'농업의 공익적 가치'라는 말이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어 자체가 낯선 것이지 그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란 농업과 농촌이 식량공급 외에 환경보전이나 농촌경관 제공, 농촌활력 제고, 전통문화 유지,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등의 모든 유무형적 가치를 통칭한다.

이미 여러 국제기구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범주를 정하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는 환경보전과 식량안보·농촌개발 등을 이 개념 안에 넣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농업부문이 식량 및 섬유를 제공하는 본원적 기능에 더해 환경보전·경관형성·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 유지 등에 이바지 하는 역할(1998)'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량안보·경관보전·환경보전·수자원 함양 및 홍수방지 기능·지역사회 유지·전통문화 보전기능 등 총 6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중 첫째가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식품의 안전성 보장이다. 이는 다른 말로 '식량안보'라고도 하는데,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또 식량안보에는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는 기능이 포함되는데,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지는 것에 비례해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경관보전'으로, 농업·농촌의 경치는 아름다움과 아늑함을 제공해, 문화적인 가치와도 결부된다. 농촌에서는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 및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계절 풍경 등을 접할 수 있다.

셋째는 '환경보전'으로 대기 및 수질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오염된 물은 농지에서 농업용수로 이용되는 동안 상당부분 정화된다. 수질을 오염시키는 주요 오염원은 생활하수·산업폐수 등에 중금속·유해화합물·유기물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서다. 또 농업은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탄산가스를 줄이고, 산소를 방출하는 대기정화 기능을 발휘한다.  토양유실 경감 작용도 더해진다.

넷째는 '수자원 함양 및 홍수방지기능'으로 우리나라 지형은 경사가 급하고, 강우량이 여름철에 편중돼 집중호우가 잦아 홍수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논은 장마철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일시에 저장하는 댐과 같은 기능을 수행해, 논에 고여 있던 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중요한 지하수원이 된다.

다섯째는 '지역사회 유지' 측면에서 농업은 농촌에 일자리 창출과 도농 간 균형발전에 기여한다. 농촌은 농촌거주자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도시민에게는 휴식처를 제공한다. 병약자들을 위한 휴양과 요양공간을 제공해주는 보건휴양 기능을 제공한다.

여섯째로 '전통문화 보전 기능'을 보면 농업생산에 의해 농촌이 유지됨으로써 우리의 전통문화 및 향토문화가 유지 및 보전 된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대부분 농업·농촌과 결부돼 있어 농촌이 사라지면 전통문화 보전이 어렵다.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 개헌안의 제129조 1항은 '국가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보전 등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농업의 역할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부여한다는 뜻이다. 농업의 역할은 식량 생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농업은 식량 생산 이외에도 생태계 보존·환경보호·수자원 확보·자연재해 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식량 위주의 '생산주의 농정'에서 탈피해 농업의 공익적이고 다원적인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이 농업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것은 농업이 생산하지만 시장에서는 보상받지 못하는 다원적 기능을 지속적으로 제공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농업정책과 농업보조는 선심성 시혜가 아니라 농업이 생산하는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며,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갈등에 대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국가존립의 기반이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농업이 생산하는 다원적 기능과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국민의 기본권을 정한 헌법에 분명하게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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