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두철 거제아동병원 원장
강두철 거제아동병원 원장

퇴근 무렵, 고현사거리를 지나면 한 번씩 깜짝 놀랍니다. 눈 앞에 횡단보도가 뻔히 보이는 위치인데도 네다섯살 아이 손을 잡고서 지나가며 차량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서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어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2010년 서울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424명이며 이들중 227명(54%)이 보행자 사고였습니다. 이는 OECD 평균 보행자 사망사고율 18.3%의 3배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보행자 사망사고의 40%(90명)가 무단횡단이었습니다.

그럼 어린이의 경우는 어떨까요. 어린이는 신체특성상 어른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지각능력이 성인에 미치지 못해 소리나는 방향을 인지하는 능력이 성인의 약 60% 정도이며. 좌우방향을 지각하는 능력 또한 떨어집니다.

다음으로 속도감각이 떨어져 다가오는 차량의 속도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8세 이상은 돼야 속도·거리 및 시간과의 관계를 조금씩이나마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행동특성을 보면 한 곳에 집중을 하게되면 주변사항을 인지하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단순하게 이해합니다. 예를 들면 손만 들면 모든 차가 정지선에서 멈춘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우리나라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01명이었습니다. 이것을 인구 10만명당 14세 이하 어린이 보행사고 사망자로 환산하면 우리나라가 0.7명(2011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아이슬란드(3.0명)와 이스라엘·룩셈부르크(1.1명) 다음으로 3번째로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OECD 평균 0.4명의 1.8배에 이릅니다.

2012년 국내통계를 보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83명중 54명(65.1%)이 보행중 사고였습니다.

서울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의 많은 부분이 보행중 일어났으며 이중 절반이상이 무단보행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어린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발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안전한 통행을 기대하면 안되며, 어린이의 안전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감이 있어야 됩니다.

이 생각을 기본으로 해 어떻게 하면 어린이 교통사고, 특히 보행사고를 줄일 수 있나 고민해봐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무단횡단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원인중 운전자의 안전운전 불이행이 57.4%에 이르는 상황을 보면 두 가지 방향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는 운전자의 안전운전 불이행에 대해 징벌적 의미의 단속이 필요하며 특히 어린이들이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 단속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법정교육에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린이의 언어로 어린이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공익광고를 제작해 지속적으로 운전자와 어린이모두에게 교육해야 합니다.

'어린이는 우리의 내일이며 소망이다.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세계인으로 자라야 한다.'(어린이헌장 중 11번째 1988 개정판)

우리 모두가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 어린이가 안전한 우리 거제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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