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주 수필가/거제수필문학회
원동주 수필가/거제수필문학회

1960년 5월에 홍도! 너를 만나려 학동에서 어장배 선장을 하는 선배의 도움으로 일곱 명의 선후배가 소주와 음료수를 가지고 홍도를 찾았다. 그 때는 등대지기 공무원이 섬을 지키고 있었다.
현해탄을 바라보고 선 너의 모습은 내가 생각한 부드러운 홍도는 아니었다. 웅장한 모습, 함부로 손잡을 수 없는 인상을 주는 그런 섬이었다.

정상의 약간 편한 등허리를 제외하고는 너무 가파른 섬, 갈매기가 살 수밖에 없는 바다. 억새가 바람에 장관을 이루고 갈매기는 자기 알을 보호하려 인간의 머리 위를 제트기가 하강하려는 듯이 공격을 한다. 모자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머리에 구멍이라도 났을 것이다.

결국에는 몇 번의 똥 세례를 등과 머리에 맞고 갈매기 호통에 못 이겨 등대지기 아저씨가 주는 푸른 갈매기 알을 몇 개 얻어 배로 돌아왔다. 그때 나는 언젠가 홍도 너의 그 푸른치마 밑을 한번 보리라 하고 마음먹었다.

내가 수중공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후에 잠수기능사 자격을 취득 후, 마음은 있어도 겁이 나서 너의 애무를 생각도 못했다. 잘 허락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말을 참고했다.
1980년 8월 너의 푸른 치마 밑, 그 아래를 감히 생각도 못한 귀하디  귀한 신비의 세계를 오늘 허락한 너에게 감사드리며 제를 지냈다.

모든 장비의 점검 후 착용 점검, 예비지원대, 선두, 보조, 나와 생명줄을 같이 맨 후배와 드디어 홍도의 흰 치마단을 들추고 푸른 치마 밑으로 잠수했다.

너는 너무 아름답다
푸른 치마 밑 아래
생각도 못한 귀하디 귀한
신비의 세계
술벵이 배도라지
줄돔의 퍼레이드
여고악단의 퍼레이드 같이 질서 정연해
내가 할 말을 잊었다

홍도야 고맙다. 인간인 나에게 너의 푸른 치마 밑을 애무할 수 있게 허락해줘서.

너를 위해 신이 만든 모든 수중생물이 태고 적부터 너를 애무하는 기득권을 가졌건만, 다른 무엇도 함부로 허락하지 않는 너의 절개에 감탄한다.
69자세로 너의 치마 밑에 숨어있는 바위군상도 자기 굴을 마련한 혹돔도 이름 모를 고기들이 너무 많아 게다가 햇빛의 굴절로 더욱 신비한 너의 치마 밑은 장관 그 자체다.

어찌하면 저 아래, 미지의 저편도 언젠가 보고 싶은 욕망을 사정해 봐도 어쩔수 없는 것이 나의 능력의 한계로구나.

어제가 칠월칠석. 견우직녀가 만났을 텐데. 홍도야! 네가 그리는 짝은  어디쯤에 있는지! 현해탄을 바라보는 너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돈다. 서쪽은 허락해도 동쪽은 함부로 말도 못 붙이게 한다는 후배의 설명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져 나의 장비를 벗는다.

"형님, 현해탄에서 흰 수건 쓴 여인네 군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철수해야 합니다."

바라보니 수평선에 흰 수건의 여인 군상이 보이면서 바람이 분다. 달려오는 저 여인들과 갈매기 군상들.

홍도! 너의 진짜 춤을 보고 싶다. 홍도여 안녕.

 

●홍도(鴻島)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천년기념물 335호 1982년 11월4일 지정
면적 9만 8380m2 2,500여 마리 갈매기 집단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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