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산불감시원 정경수씨

 

“이쪽 산에 오면 저쪽 산이 어떤지 궁금하고 불안해 꽁무니에 불붙은 양 하루 종일 이산 저산으로 돌아다닙니다. 산불감시원은 산불예방만 하는 사람이 아니고 관광자원을 지키는 거제의 지킴이입니다. 산불이 나서 산이 검붉게 변하면 어느 관광객이 거제를 찾겠습니까.”

16일 오전 10시께 계룡산 입구에서 붉은색 조끼에 모자를 쓴 노인이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겨울철은 날씨가 건조해 산불이 나기 쉽습니다. 산불 조심해주세요”라고 당부하는 그는 9년째 산불감시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정경수씨(62·신현읍 양정리).

정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일몰시까지 동료들과 함께 신현읍 전지역을 순찰하며 산불 감시 활동을 벌인다. 겨울철이지만 등산객들이 부쩍 늘어난데다 날씨가 건조해 산불 발생 위험도 높아져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산불은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예방이 최고”라고 말하는 그는 등산객들에게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일이 감시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

아무리 맡은 바 소임을 다해도 등산객의 작은 실수 하나가 모든 일을 수포로 만든다고 말한다. 그만큼 신경도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는 것. 또 자부심과 책임감이 없다면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정씨의 생각이다.

애마(愛馬) 오토바이를 타고 이산 저산 옮겨다니며 등산객들을 상대로 예방활동을 펼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보면 기름값도 만만찮다.

정씨가 산불감시원 일을 시작한 때는 1999년 1월. IMF 파동으로 98년 12월 다니던 조선소의 부도로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놀면 뭐하나’는 생각에 거제시가 모집하는 산불감시원에 응시했다.

반신불수로 집에서 누워만 지내는 큰아들 규태(35)의 간병비도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중에 하나다. 규태는 7살 때 맹장수술 후 제대로 말도 못하는 반신불수가 됐다. 지금 같으면 의료사고로 보상금도 받고 하겠지만 그때는 겨우 병원비를 탕감하는 수준에서 퇴원해야만 했다.

정씨는 “어른들 잘못으로 평생 누워서만 지내야하는 아들을 보면 죄스럽고 마음이 아프다”며 “맛있는 것 있어도 혼자서 먹지 못하고 떠 먹여줘야만 하는 아들 곁에서 수십년동안 수족이 되어주는 집사람이 고맙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돈 많이 벌어 큰 병원에 데려가 정밀검사라도 받아보고 싶지만 우선 밥 먹기가 힘든 세상이니 한탄스럽다”면서 “그래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일 해 아들을 뒷바라지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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